“배달 플랫폼 노동시장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노동자들이 소모품이 된 기분입니다. 장관님 부디 잘 살펴봐주세요.”(2024년 5월8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중)
라디오에 출연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한 청취자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노동법 바깥에서 ‘소모품처럼 쓰고 버려지는’ 플랫폼 노동 실태를 알아달란 호소다. 청취자는 배달만 언급했으나 여타 플랫폼 노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인공지능 시장이 확대되면서 ‘데이터 라벨링’(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 플랫폼 노동도 확산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에 관한 장관 입장은 이랬다. “ 법적인 조치를 통해 이분들을 보호할까도 필요하지만 그것 말고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근로기준법 보호를 못 받는 분들을 위해 표준계약서라든가 분쟁 갈등을 해결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하고 있다. 이음센터와 공제회도 활성화하려 한다.”
표준계약서는 사용자-노동자 관계가 아니라 사업자-사업자 관계를 규율한다. 공제회는 사회보험 등에서 제외된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드는 기금이다. 이음센터는 노동자 구제 기구가 아니라 노동자 궁금증에 답하는 상담센터다. 장관의 답변은 플랫폼 노동자를 기존 노동법 제도에 편입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남겨두겠다는 뜻이다.
장관 답변을 듣고 청취자 문자메시지를 다시 읽어봤다. 플랫폼 노동시장이 법 사각지대에 놓였고, 노동자들이 소모품이 된 기분이 든다. 언뜻 별개인 듯한 두 문장은 ‘그래서’라는 접속사로 연결된다.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법 보호에서 밀려났기에 소모품이 된다. 제도에서 쫓겨났기에 기업이 노동자를 함부로 대할 수 있다.
배달과 택시에 이어 데이터 라벨링 업계에서도 노동자의 부당해고가 인정됐다. 데이터 하청 기업은 노동자 출퇴근 시간과 근태, 작업 내용을 촘촘히 통제했다. 그러면서도 당연한 듯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를 내밀었다. 노동자를 써서 이익만 가져가고 노동자를 보호할 법적 책임은 벗으려는 꼼수다.
물고 늘어져야 할 지점은 여기다.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동에 법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 문제 제기한 소수만 개별 구제하지 않고 모두의 보편적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 미국과 독일은 벌써 저만치 앞서갔다. 한국은 언제쯤일까.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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