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논란은 2024년 2월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열린송현녹지광장(송현공원)에 이승만기념관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불붙었다. 시민단체들은 4·19혁명의 시작인 3·15의거 기념일에 송현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민족문제연구소의 방학진(51) 기획실장과 전화 인터뷰했다. 방 실장은 민문연에서 오랫동안 친일파 청산과 민주화 운동 계승 사업을 해왔다.
—왜 독재자 이승만의 기념관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나왔나.
“2023년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때 행사장에 김구 등 11명의 독립운동가 사진이 걸렸다. 그런데 이를 본 윤석열 대통령이 이승만의 사진이 빠졌다며 화냈다고 한다. 그 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공언했다. 2023년 7월엔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이승만 동상이 세워졌다. 11월엔 미국 워싱턴디시의 한국대사관 마당에 이승만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연장선 위에서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했고, 윤 대통령과 오 시장도 모금에 참여했다.”
—왜 송현공원에 이승만기념관을 세우려는 걸까.
“기념재단이 광화문광장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고 송현공원에 이승만기념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견을 서울시에도 전달했다. 오 시장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승만기념관을 세우겠다는 송현공원 서쪽 바로 옆엔 태고종과 조계종의 절이 있다. 그래서 불교계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이승만은 1954년 불교계에 비구(조계종)-대처(태고종) 간의 분쟁을 일으킨 당사자였다.”
—송현공원은 이승만을 쫓아낸 4·19혁명의 현장 아닌가.
“당시 학생과 시민들이 이승만이 있던 경무대(청와대)로 가는 길목 중 하나가 송현공원의 남쪽과 서쪽 길이다. 이 길을 포함해 경무대 주변에서 21명이 죽고 172명이 다쳤다. 그중엔 송현공원 옆 덕성여중 학생 2명도 포함됐다. 송현공원에 이승만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금남로에 전두환기념관을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상권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이참에 송현공원에 ‘4·19혁명역사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가 이승만을 부활시키려 하나.
“뉴라이트 학자들이 핵심이다. 이승만학당을 운영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오랫동안 주도해왔고, 최근 영화 <건국전쟁> 제작에 참여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이인호 전 한국방송 이사장 등이 있다. 이들이 이명박 정부 시절엔 친일반공주의자들을 복권하려 건국절 논란을 일으켰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아예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 한-미 동맹의 선구자로 되살리려 한다.”
—송현공원에 지어질 국립이건희기증관도 논란거리다.
“이 일도 이승만기념관과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4·19혁명 때 내무장관으로 발포 명령 책임자 중 하나가 홍진기인데, 바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장인이다. 홍진기는 이 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특별사면됐다. 홍진기의 아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장을 지냈다. 홍진기의 딸인 홍라희는 이건희 전 회장의 사후 아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등과 함께 이 전 회장의 소장품을 정부에 기증했다. 이 기증품으로 송현공원에 이건희기증관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승만기념관도, 이건희기증관도 송현공원에 세우는 것은 모두 적절치 않다.”
—이승만이 다닌 배재학당이나, 살았던 이화장에 기념관을 세우는 건 어떤가.
“기본적으로 독재자와 친일파의 기념관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세워선 안 된다. 헌법 전문은 이승만 정부의 행위를 ‘불의’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독재자의 기념관 건립은 위헌이다. 다만, 이승만도 학술 연구의 대상이므로 기록관은 세울 수 있다. 그런데 기록관을 세운다고 해도 반드시 건물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이버기록관을 만들면 된다. 또 이미 이승만을 포함한 대통령기록관은 세종시에 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먼저 송현공원을 소유한 서울시에 비판과 압박을 계속할 것이다. 서울시 의회에도 반대 활동을 요청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거에서 서울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 123명 모두에게 이승만기념관에 대한 의견을 묻고 그 답변을 4·3항쟁 기념일에 발표할 것이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독재자 이승만의 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일이다. 서울시가 이 사업을 포기하길 바란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30년 전 창간된 <한겨레21>을 옆에 끼고 친구처럼 살아왔다. 21이란 이름처럼 독자들이 먼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든든한 어깨를 내어달라. 키 큰 나무 같은 친구가 돼달라.”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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