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물론 노동자 건강권 보장 등에 관해 늘 그를 찾았다. 공유정옥(49).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이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 자원활동가. 전문 지식은 물론 구제 방안, 예방책 등 적극적 대안을 제시해왔다. 2012년 4월 ‘마침내 인정된 삼성반도체 산재’(제907호)에서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규제 마련을 촉구했고, 2019년 3월 ‘정부는 직업병을 인정하라’(제1252호)에서도 정부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사이 삼성 반도체 산재가 인정되고 삼성전자가 공식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산재 사고는 자주 발생하고 이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는 여전히 그 길에 서 있다.
—어떻게 지내나?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에서 50명 미만의 다양한 사업장을 방문해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반올림에서는 자원활동가로서 산재 인정을 위한 법정 다툼에서 자료 해석이나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지식이나 정보를 도와드리고 있다.”
—작은 사업장을 방문하면 어떤가?
“근로자건강센터는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의 사업을 여러 기관에 위탁해 운영하는 구조다. 경기동부 센터는 성남, 광주, 여주, 이천, 하남, 양평 등을 담당한다. 무료로 산업보건 서비스를 제공해 강제성이 없다. 사업주의 허가를 비롯해 상담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과거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지역의 작은 사업장을 한 군데라도 더 찾아가 한 명이라도 더 보호하는 역할을 해서 보람 있는 일이다. 문제는 건강권 보호를 위한 큰 그림이 정부 차원에서 없다는 것이다. 자기 지역에서 어떤 사업을 효율적으로 할지 각 센터에 맡겨진 상황이다.”
—보람도 있고 아쉬움도 있을 텐데.
“3∼4년 계속 들어가는 사업장에서 ‘가뭄의 단비’처럼 변화가 생기는 것이 느껴진다. 노동자들이 귀마개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혈압약을 먹는 등 건강을 관리하는 모습이 있다. 또 사업주도 공장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등 노환경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다. 근데 같은 업종이라도 작은 사업장들은 다양성이 아주 크다. 업종과 사업장, 노동자에 맞춰 개선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정부는 양적인 결과를 주로 평가하고 10년째 예산은 거의 제자리다.”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텐데.
“학교를 비유해 자주 설명하는데 현재는 학교를 전국에 짓기만 하고 운영은 외부에 맡기는 식이다. 학교가 직접 선생님도 구하고 교과서도 만드는 등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보통교육’처럼 안전보건이 모든 노동자 모든 사업장에 가닿게 하려면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자 채용이나 대행이 의무가 아니다. 전체 노동자의 60%, 사업장의 98%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각지대’라고 하기엔 다수의 문제다. 다수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2018년 반올림과 삼성전자는 산재 분쟁에 합의했다.
“2012년 대화가 시작돼 6년 넘게 교섭했다. 당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보상 등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엘시디(LCD)를 뺀 다른 부문이나 계열사, 외부 하청업체 등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 합의였다. 그래서 지난 합의가 잘 이행되는지 보는 것과 또 다른 산재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즌2’가 진행 중이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주간지 매체와 <한겨레>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내용을 더 깊게 다루고 있어서 자주 누리집을 방문해 찾아보고 있다.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정말 필요한 곳에 시선을 뒀으면 한다. 한국 기업의 국외 사업장 노동이나 환경문제로 국외 시민단체가 국내 언론사를 찾을 때 제일 먼저 연락할 수 있는 곳으로 남아줬으면 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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