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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위원장, ‘뉴스타파’ 인재공급한 역사 또 만드나

등록 2023-09-09 02:13 수정 2023-09-15 01:21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첫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첫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의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사업 대출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큽니다. 이 보도는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두고 공개됐습니다.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기자를 인터뷰한 내용이 핵심인데, 뒤늦게 김 전 기자가 신 전 위원에게 억대 금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신 전 위원은 인터뷰 대가성을 부인했지만, <뉴스타파>는 취재원과의 금전거래 자체가 언론윤리에 위배된다며 사과했습니다.

정부·여당이 이번 논란을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키우는 가운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도 숟가락을 얹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취임 뒤 2023년 9월4일 처음 출석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제가 정치부 기자 할 때도 선거 때마다 봤던 일”이라며 “(2002년 대선 때) 병풍, 2007년 대선 때 BBK”를 나란히 언급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BBK 최대 투자자인 다스의 실소유주로서 횡령 등 유죄판결을 받았는데도 말입니다.

이 위원장은 또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중대범죄 행위, 국기문란 행위”라며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폐간시킬 가능성을 이야기한 셈입니다.

언론을 겁박하는 이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자면, <뉴스타파>와 이 위원장의 특별한 인연(?)이 떠올라 아련해지기도 합니다. ‘MB맨’이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이뤄진 방송 장악의 역사 곳곳에 족적을 남겼습니다. <뉴스타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공영방송에서 해직되거나 중징계를 받은 기자와 피디 등이 모여 만든 매체죠. 2010년 ‘친MB 인사’로 알려진 김재철씨가 MBC 사장이 되자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이근행 피디와 전국언론노동조합에 파견된 KBS 박중석 기자 등이 <뉴스타파> 초창기 멤버입니다.

<뉴스타파>에 인재를 공급하고, ‘친정부’ 방송에 놀란 국민이 대안방송을 찾도록 한 것은 방송 장악 세력입니다. 2012년 <한겨레21>도 해직언론인과 시민의 대안언론 만들기 운동을 다룬 적 있습니다.(제943호 ‘50억 국민방송 정말 만들어질까’ 참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청영방송’(청와대 지시를 받는 방송)이란 오명을 썼던 공영방송들이, 이번엔 ‘용영방송’이라고 손가락질받는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뉴스타파>를 폐간시켜도 제2, 제3의 <뉴스타파>가 생겨날 겁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입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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