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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재방’된다…이동관의 귀환은 희극일까

등록 2023-09-02 10:53 수정 2023-09-10 14:47
2023년 8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3년 8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역사는 반복된다. 첫 번째는 비극, 두 번째는 소극(희극)으로.’ 카를 마르크스가 헤겔을 인용하며 덧붙인 유명한 말이다. 잘못된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면 교훈도 얻지 못하고 결국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2009년 한국의 순위는 전년보다 20단계 넘게 추락했다. 2008년 47위에서 2009년 69위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을 방송한 MBC <피디수첩> 제작진 체포, 마찬가지로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게시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긴급체포 등이 반영됐다.

대표적 ‘MB맨’으로 당시 이뤄진 방송장악과 언론통제에 책임져야 할 이동관씨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첫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2023년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 편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코미디였다. 이동관씨는 과거 방송장악·언론통제 이력에 대한 질의에 대부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VIP(이명박) 전화격려 대상 언론인 보고서’를 두고는 “이런 정도가 뭐 특별히 무슨 대단한 문건이라고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받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화룡점정은 마침내 튀어나온 ‘본심’이었다. “마지막으로 소회를 간단히 한 말씀만 드리면 저는 ‘방송장악 기술자’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말이 나올 때마다 굉장히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방송장악이 제대로 됐다면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그리고 물론 저희 정권에서 있었던 건 아니지만 세월호 고의 좌초설, 최근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싸기까지 이런 일이 있었겠습니까?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오히려 한편으로 부끄럽습니다.”

자신이 방송장악에 ‘성공’했다면 KBS, MBC 등 방송에서 ‘괴담’이 나올 수 없었을 거라는 자책.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문제 보도’와 ‘가짜뉴스’로 모는 당당함. 그는 ‘좌편향’ 방송을 우편향시키는 게 아니라 균형을 갖추도록 만들겠다 했지만, ‘MB어천가’에 이은 ‘윤비어천가’ 방송을 만들어야 속이 시원할 것처럼 보였다.

<한겨레21>은 또다시 정치권의 도마 위에 오른 공영방송을 둘러싼 ‘과거사’ 자료, 이명박 정부 이후 매 정권에서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사장 해임 관련 소송 판결문 등을 모아 분석했다. 승자독식 정치가 투영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입법안도 살펴본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제1479호 표지이야기 

윤석열 정부, 이렇게 ‘날리면’ 나중에 어쩌려고 저러나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346.html

낙하산 타고 ‘불방’ 때리는 그들이 돌아왔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347.html

왜 민주당은 여당 때 방송법을 개정하지 않았나?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3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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