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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인류를 구하리라…재생농업 아십니까

땅에 탄소 가둬 기후위기 해결하자는 재생농업 다룬 책 <대지에 입맞춤을>
등록 2023-08-18 21:26 수정 2023-08-22 14:30
다큐멘터리 영화 <대지에 입맞춤을> 예고편의 한 장면. 땅을 가는(경운) 농법을 쓴 땅(오른쪽)과 ‘재생농업’을 실천하는 땅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유튜브 Kiss The Ground 채널 갈무리  

다큐멘터리 영화 <대지에 입맞춤을> 예고편의 한 장면. 땅을 가는(경운) 농법을 쓴 땅(오른쪽)과 ‘재생농업’을 실천하는 땅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유튜브 Kiss The Ground 채널 갈무리  

여름이 이렇게 무서운 계절이었나.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으로 곳곳을 덮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무력감을 느낀다. 이 와중에 한가한(!) 먹을거리 고민으로 가끔 ‘미래 식량’을 검색해보는데, ‘식용 곤충’ 소식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소고기 소비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듣고는 (그렇지 않다는 이견도 있다) 한동안 탄소배출량이 비교적 적은 음식을 찾아 먹었으나, 언젠가 소고기에 접근조차 못하는 시대를 맞을까 두려워 ‘지금 한 점이라도 더 먹어야 하나’ 고민한다.

<대지에 입맞춤을>(조시 티켈 지음, 유기쁨 옮김, 눌민 펴냄)은 이런 패배주의에 짓눌리는 대신 기후위기를 반전시킬 해결책을 찾아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의 선택은 ‘재생농업’ 또는 농생태학, 생물학적 탄소격리(식물과 미생물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격리), 드로다운(Drawdown) 등으로 불리는 방법이다. 재생농업은 우리가 흔히 농업이라고 하면 함께 떠올릴 살충제, 화학비료, 경운(땅갈이), 단일 작물 재배 등을 멀리하는 농법이다. “재생농업은 나무, 관리된 가축 방목과 퇴비, 피복작물, 그리고 무경운 농업 시스템의 네 기둥으로 토양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땅이 인류를 구하리라’는 근거 있는 믿음에 기반한다. 현대 농법으로 사막화된 토양을 재생시켜 땅에 탄소를 가두는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완화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인터스텔라>가 그린 디스토피아를 떠올려보라. 토양이 완전히 망가져 흙먼지만 자욱한 세계. 지구가 사막화된 세상이다. 물론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집단도 존재한다.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를 팔아치우며 성장한 다국적 농업기업 몬산토가 이제 자신들이 만든 지엠오(GMO·유전자변형작물) 농업 모델이 기후위기 시대 인류를 먹여 살리리라고 홍보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재생 농부’들의 선택을 지지한다. 스스로 이 책을 “인간이 자신의 기원을 잊어버렸다가 다시 기억하는 이야기”라고 부르는 것처럼, 인간이 자연과 다시 협력하는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 그는 우리에게 ‘재생 식단’을 선택해달라고 부탁한다. “인구의 98%의 식습관이 나머지 2%가 무엇을 재배할지를 결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일은 우리 먹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어서다. 책은 동명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책에는 재생 식단을 선택할 ‘초보자 안내서’를 비롯한 응용편과 이론편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저자의 ‘글맛’을 살리려 노력한 번역도 매끄럽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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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퍼가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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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1960년대는 미혼모 자녀의 강제 입양을 추진하던 ‘아기 퍼가기 시대’였다. 미혼모들은 혼외임신이란 이유만으로 지역사회에서 분리됐다. 미혼모 낙인화가 어떻게 진행됐고 양육 중심 지원 제도가 왜 입양 강제로 전환됐는지 검토한 책. 1966년 출산한 딸을 입양 보내야 했던 저자는 수십 년 뒤 딸과 재회했지만 딸은 루게릭병으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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