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공들이 저마다 다른 의견을 내며 논쟁하다 보면 배가 엉뚱한 데로 간다는 뜻이죠. 그런데 반대로 사공들끼리 전혀 소통하지 않는 배는 어떨까요? 어디에 정박할지, 시설에 문제점은 없는지 상의하지 않고 그저 각자 노를 저으며 “잘 가고 있습니다” “다 해결됩니다”라고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배는 산으로도 못 가고 표류하거나 가라앉을지 모릅니다.
최근 오송 지하차도 폭우 참사와 전북 잼버리 대회를 지켜보며 정부 조직 간에 긴밀한 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했습니다. 협업이 잘되려면 실무자들이 문제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서로의 일을 내 일처럼 고민하며 머리를 맞대야 하죠. 그러려면 조직 간 권한과 자원이 적절히 배분돼야 하고요. 실제로는 그런 일이 드뭅니다. 실무자와 상사, 조직과 조직,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소통이 헛돕니다. 서로가 체면을 차리며 장밋빛 미래만 말하거나 제 할 일만 하다가 어느 날 엉망진창인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책임과 의무가 분산되며 이런 현상이 심해지죠.
오송 폭우 참사의 경우 청주시와 충북도는 함께 사전 재난 훈련도 하고 홍수 대책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미호강이 범람하니 청주시는 관할 시설만 쏙 골라내 관리했습니다. 그 시각 충북도는 소극적으로 지자체 보고만 기다렸습니다. 광역-기초지자체의 소통이 평소에도 원활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잼버리 대회는 어떨까요. 전북도와 스카우트연맹은 매립도 안 된 땅에 무리하게 대회를 유치했다가 줄줄이 공사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생긴 땅을 보고도 여성가족부 등 중앙정부는 “준비 완료”를 자신했습니다. 중앙-지방 정부의 상황 인식과 협업 체계가 엉망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길까요? “지자체가 역량을 기를 만한 기회와 자원이 그간 부족했어요. 중앙정부는 (지자체) 보고받고 지시하는 역할로 스스로 인식하고요.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중지를 모으기가 어려워요.” 한 균형개발 연구자의 분석입니다.
게다가 잘게 쪼개놓은 공무원 업무 체계는 위기 대응도 어렵습니다. 오송 참사 취재 당시 청주시와 충북도에 전화를 몇 통 했나 헤아려보니 나흘간 100통이 넘었더군요. 담당자를 찾느라 여러 부서로 전화가 계속 돌고 돈 겁니다. 그렇게 업무 분장이 세세하면 강이 범람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어떻게 통합적 대응을 할까 싶더군요.
잘되는 ‘척’의 한계는 결국 민낯을 본다는 점입니다. 국민은 정부 행정의 실패를 계속 목격하고 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국가 불신으로 번지기 전에 실패 원인을 근본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폭우 참사와 잼버리 대회가 다시 경고하고 있습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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