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반려견을 떠나보낸 30대 여성 이은주(가명)씨의 가족은 반려견을 그리워했다. 이씨는 펫숍 구매는 지양하되, 유기·파양동물을 입양하자고 했다. 이후 아버지는 죽은 반려견의 어린 시절과 꼭 닮은 새끼를 ㄱ분양소에서 찾았다. ㄱ분양소는 “보호소를 가장한 펫숍이 아닌 진짜 보호소” “무료 입소, 무료 입양이 가능한 진짜 보호소”라고 광고했다. 아버지는 ㄱ분양소로 전화해 이러한 사실을 몇 차례 확인했다.
10월 이씨와 온 가족이 분양소를 방문했지만 내부 풍경은 일반 펫숍과 다르지 않았다. ㄱ분양소 내부에는 생후 2∼3개월이 됐을 법한 어린 강아지들이 작은 유리창 안에 있었다. 이씨가 유기·파양견 무료 입양에 대해 묻자, 직원은 가게 안 한쪽 구석에 있는 공간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분변 냄새가 심하게 났고, 씻기지 않고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중대형견들이 바닥에 이불 하나 없이 있었다. 무료 분양도 사실이 아니었다. 직원은 이씨가 원하는 강아지를 데려가려면 수십만원이 든다고 했다.
‘신종 펫숍’은 기본적으로 일반 펫숍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강아지 공장’이라 부르는 대규모 번식장에서 태어난 새끼를 경매장에서 사온 뒤, 펫숍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팔았던 기존 펫숍처럼 홍보 문구를 보고 찾아온 소비자에게 번식장에서 태어난 새끼를 판다.
여기에 더해서 ‘신종 펫숍’은 반려동물 산업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 ‘반려동물 파양의 산업화’다. 신종펫숍은 반려동물을 파양하려고 할 때 일정 비용을 내면 안락사 없이 좋은 환경에서 돌보며 입양을 보내겠다고 안내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일정 기간이 지나도 입양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피하기 어렵다. 민간 비영리 동물보호소는 안락사는 없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돌보는 곳이 많다. 신종 펫숍은 이런 보호소들과 달리 ‘입소비’를 내면 안락사 없이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반려동물을 돌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후 파양된 유기동물을 되팔아 돈을 번다.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인식이 사회에 퍼진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유기동물을 입양하러 온 사람에게 ‘책임비’ 명목으로 돈을 받거나, 업체에서 파는 반려동물 용품 구매와 기부 등을 요구한다. 책임비는 구조자가 유기동물을 입양 보낼 때 관행적으로 받는 돈을 말한다. 비용을 받지 않고 입양 보낸 동물들이 다시 버려지거나 죽는 일이 생기면서 자리잡은 관행이다. 입양자의 책임감을 확인하려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역이용한 방법이다.
홍보 문구만이 아니라 보호소·요양원·요양보호소·보육원·쉼터 등의 명칭을 사용해 비영리 민간 동물보호소로 오인하게끔 하기도 한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신종 펫숍과 보호소를 구별하는 방법은 파양동물을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해 돈거래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펫숍의 가장 공통된 특징은 판매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업체의 업종을 확인하려면 누리집에 기재된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하거나, 상호를 검색해 사업자등록번호를 파악하면 알 수 있다. 동물판매업·동물위탁관리업 등으로 등록됐다면 신종 펫숍일 가능성이 크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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