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6월5일 인천의 한 레미콘 회사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레미콘 기사 조남순(69)씨가 차량에 오르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박미성(60)씨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첫 일과는 반신욕이다. 씻고 주스를 만들어 먹는다. 출근 준비를 마치면 집을 나선다. 아침 6시, 현장에 도착하면 먼저 인근 텃밭을 찾는다. 물을 주고 산책한다. 화장실까지 다녀오면 7시, 조회 시간이다. 조회를 마치고 약 50m 높이의 조종석에 천천히 오르면 7시30분이 조금 넘는다. 1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 미성씨는 점심 1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5시까지 일한다.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일과다.
미성씨가 처음 이 생활을 한 때는 1995년, 타워크레인 기사는 종합건설사에 직접 고용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타워크레인을 팔아넘기기 시작했다. 타워크레인을 소유한 뒤 건설현장에 빌려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임대사가 등장한 게 이즈음이다. 건설사 소속이던 기사들도 임대사로 옮겨야 했다. 건설현장에선 원청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지만, 타워크레인 기사는 임대사 소속이다.
2023년 2월21일, 정부는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내놨다. 발표 자료의 첫머리가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 수취 문제였다. 월례비는 원청이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하지 않아도 될 작업(법으로 금지한 작업이나 초과노동)을 부탁하면서 지급하는 돈이다. 이를테면 다른 장비로 해야 하는 작업을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부탁하고 돈을 지급하는 셈이다. 원청은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기사들 처지에선 원청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그 와중에 원소속인 임대사의 눈치도 봐야 한다. 미성씨도 눈치를 봤다. “눈치로 살 수밖에 없었어요. 문제를 제기하면 꼭 해코지해요. 현장 일이 남았는데 자르고, 심지어 명절을 앞두고 잘라요. 그래도 아무 말 못해요. 다음에 현장을 가기 위해서.”
정부의 건설현장 부당행위 근절대책엔 이런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조를 뭉뚱그려 ‘건폭'(건설업 폭력배)으로 몰아갔다. 그 공격에 한 노동자가 너무나 “억울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규정한 ‘건폭' 안엔 각기 다른 이유로 억울한 7만여 명의 미성씨가 있다. <한겨레21>은 2023년 6월1일부터 일주일 동안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2명을 만나 그들의 삶과 현장에 대해 들었다. 정부가 ‘폭력배'로 보는 이들의 이야기엔 ‘기본’만 있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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