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2호 판결에서 원청 대표이사가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원청 대표이사가 사고 전에도 4차례나 안전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 가중 요소로 작용했다. 앞서 1호 판결에서 원·하청 관계자 모두 집행유예를 받은 것과 대조된다.
2023년 4월 26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강지웅)가 원청 ’한국제강 주식회사’와 하청 ’강백산업’ 대표이사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행위에 대해 내린 1심 판결을 보면, 재판부는 원청 법인과 대표이사에게 각각 벌금 1억원과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또 하청 대표이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4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앞서 4월 6일 선고된 ’1호 판결’에선 원청 ’온유파트너스’와 하청 ’아이코닉에이씨’의 경영진·안전관리자 5명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2호 판결에선 집행유예 없는 실형이 나온 것이다.
두 판결을 가른 기준은 동종 전과다. 1호 판결의 피고인들은 사고 전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전력이 없어 형을 감경 받았다. 반면 2호 판결의 피고인들은 ’안전조치의무 위반’(종사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적 의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사고 이전에만 4차례나 벌금형을 받았다. 특히 한국제강 대표이사 성아무개씨는 2011년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첫 벌금형을 받은 뒤 2020년 12월과 2021년 5월 노동부 근로감독에서도 각각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적발돼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심지어 2021년 5월엔 산재 사망사고까지 발생해 대표이사 성씨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항소심에서 벌금형 1천만원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사정이 이러하다면 사업장에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피고인은 산재 사망사고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음에도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제강은 상시 노동자 340명 규모의 대기업이다. 2021년 매출은 834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기업 규모에 걸맞은 체계적인 종사자 안전 관리 시스템은 없었다. 이번에 대표이사가 실형을 받은 산재 사고만 해도 ’방열판’(제품의 과열을 방지하는 판)을 묶는 섬유벨트가 낡고 손상됐는데도 한국제강 쪽은 이를 그대로 사용토록 했다. 결국 작업 중에 벨트가 끊어지며 1.2톤 무게 방열판이 아래로 떨어져 노동자의 다리를 덮쳤다. 그는 결국 실혈성 쇼크로 숨졌다. 2021년 5월엔 한국제강의 고철 야적장에서 검수 일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화물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반복되는 사고의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관리하는, 이른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절실했지만 한국제강은 이를 만들지도,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업무 수행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았다.
시민단체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판결문에서 지적한 죄질에 비춰 판결의 형량이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넷은 논평을 내어 “(판결이) 원청업체와 그 대표이사 책임의 엄중함을 설명하면서도 선고형량이 징역 1년에 그친 것은 매우 아쉽다. 법인에 대한 1억원 벌금형도 법인 경영에 부담을 주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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