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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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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는 벗더라도 흔들리는 공공의료·돌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토착화’ 과정 밟으며 7차 유행
진료 앞장섰던 공공병원들 “‘영웅’이라더니 지금은 적자 타령”
등록 2022-12-10 21:35 수정 2022-12-12 09:23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던 2020년 12월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감리병동에서 중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박승화 선임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던 2020년 12월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감리병동에서 중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박승화 선임기자

이르면 2023년 1∼3월에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자유롭게 벗을 수 있을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022년 12월7일 정례브리핑에서 “일상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방역당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며 12월 중 의견수렴을 거쳐 마스크 착용 지침 조정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행은 3월·8월보다는 작을 것”

현재 유행을 주도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가 중증화율이 낮은데다 많은 국민이 이미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으로 면역력을 보유해 이전처럼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점, 또 세계적으로도 방역을 완화하는 추세인 점 등을 고려했다. 중대본은 마스크 착용 지침을 의무 대신 권고사항으로 전환하고 개인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2020년 1월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래 코로나19 유행 곡선은 벌써 7번째 굽이를 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이번 7차 유행의 특징으로 △새로운 변이종이 두드러지지 않고 오미크론 BA.5가 6차 유행에 이어 계속 유행을 주도하는 점 △전체 감염자 중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을 통한 확진자 비율이 줄어 감염 규모가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을 짚는다. 이러한 특성은 “코로나19가 토착화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확진자 수와 유행 정점에 대한 정확한 예상이 매우 어렵다”는 한계도 지닌다.

방역당국은 당분간 확진자 규모가 증감을 반복하면서 느린 증가세를 이어가리라 본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2월7일 브리핑에서 “현재를 정점으로 보지 않고 조금 더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유행의 크기는 지난번 오미크론 유행, 3월이나 8월보다는 작을 것이라는 게 현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12월 첫째 주 기준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도 6주 연속 ‘중간’ 단계를 유지(수도권·비수도권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는 11월 다섯째 주 신규 확진자 규모와 60살 이상 확진자 현황, 30%대를 유지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이전처럼 환자가 폭증할 가능성도 낮고 코로나19에 대응할 백신과 치료제도 있다. 일상이 무너질 정도로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쯤이면 코로나19란 긴 터널의 끝을 가늠하며 희망을 품어볼 수 있지 않을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근무하는 오대희 활동지원사가 방호복을 입고 뇌병변장애인 ㄴ씨를 돌보고 있다. 오대희 제공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근무하는 오대희 활동지원사가 방호복을 입고 뇌병변장애인 ㄴ씨를 돌보고 있다. 오대희 제공

의사도 떠나고 환자도 떠나고

안타깝지만 의료와 돌봄 현장은 낙관보다 비관을 택한다. 특히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동원됐던 공공 영역이 그렇다. 한국의 코로나19 첫 환자를 치료했던 인천의료원의 조승연 원장은 “코로나19 유행 3년 동안 망가진 의료시스템이 회복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지방의료원)으로서 감염병 거점 치료기관의 역할을 도맡는 동안 의료진도, 환자도 모두 빠져나가면서 의료계 전체의 구조적 변형이 일어난다고 본다. “병원을 나가서 개업하는 의사가 늘었다. 이 정도 ‘러시 아웃’ 규모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 이후 두 번째로 본다. (내과·외과 등) 필수 (진료)과를 기피하는 현상도 더 심화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2년 20명 넘는 의사가 이 병원을 떠났다. 통상의 퇴임 규모를 훌쩍 넘는다. 아직 충원하지 못한 과도 상당하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필수 의료 역량이 많이 줄어서 만약 한두 명만 더 그만두면 중환자실 가동을 못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흥훈 국립중앙의료원 전략기획센터장이 최근 3년(2019∼2021년) 동안 공공병원 40곳(성남시의료원 제외)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내과·외과·신경과·신경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7개 필수 진료과 개설률이 85.3%(2019년 3월)에서 80.6%(2022년 8월)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환자 전담 치료를 하면서 기존에 병원을 다니던 환자도 떠났다. 조 원장은 “2022년 6월부터 병원을 정상화했는데 환자가 늘지 않는다. 300병상인데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 합쳐서) 100명 정도만 입원했다. 게다가 코로나19 기간 (공공병원에 다니던) 노숙인 환자가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흥훈 센터장의 분석 결과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2019∼2021년 입원·외래 환자 수와 의료손익 등을 분석했을 때 공공병원은 평균적으로 2019년에 견줘 2020년 입원환자 수가 34%, 외래환자 수는 25% 감소했다. 2021년 일부 회복됐으나 외래환자 다수가 코로나19 PCR 검사를 위해 방문한 건수임을 고려하면 실제 회복 속도는 이보다 더디다. 같은 기간 의료손실은 2.5배 더 늘어났지만 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은 72.9%에서 106.3%로 올랐다.

공공병원 병상이용률 회복되려면 4.3년 걸려

의료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 상황은 더 열악하다. 조 승연 원장은 “2023년 전반기부터 임금 자체를 지급하기 어려운 지방의료원이 꽤 많이 나올 것”이라며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영웅’ 취급을 하다가 이제는 지자체에서 흑자·적자를 따지며 ‘경영합리화’를 운운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이윤을 셈하는 대신 의료기관의 역할을 떠맡은 곳이 전체 의료기관의 5%대를 차지하는 공공병원이다. 코로나19 초기(2020년 3월) 감염병 전담병원의 81.2%는 공공병원이 맡았다. 이 비율은 2021년 1월 92%까지 늘었다가 정부가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손실보상금 지급을 늘리자 민간병원 참여가 점차 늘었다. 공공과 민간 비율이 5:5로 맞춰진 것은 2021년 11월께다.

이흥훈 센터장은 공공병원의 병상이용률이 원래대로 회복되려면 앞으로 약 4.3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계했다. 단기간의 손실보상금 대신 이 기간에 공공병원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장기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공공임상교수제와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 지원사업’ 확대, 시니어 의사 활용 등 다각도로 의료인력을 수급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생각이다.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을 국가 재정운용계획에 반영하고 출범조차 못한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조승연 원장은 회의적으로 말했다. “이번에 호되게 당했는데 앞으로 또 감염병이 닥치면 어느 병원이 나서려고 하겠나.”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출연금 요구액 100억 삭감

공공병원만 무너진 것이 아니다. 재난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마지막 동아줄이 된 공적 돌봄망도 휘청이고 있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1월22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출연금 요구액을 168억원에서 100억원을 삭감해 68억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현재 사회서비스원 종사자 459명의 5개월치 인건비를 겨우 지급할 수 있는 액수다.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는 12월1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사회서비스원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와 다름없다”며 삭감된 출연금 100억원을 전액 복원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이 흐름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민간과 시장의 역할과 참여를 강화’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서울 시민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만든 공공기관이다. 민간이 주도해온 사회서비스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돌봄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를 받는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보완하기 위해 2019년 설립됐다. 민간에서 기피하거나 불가피하게 지원하지 못하는 돌봄 공백을 채워넣고 활동지원사를 직접 고용해 시급이 아닌 월급제로 운영하면서 고용안정성 등을 개선해왔다.

공적 돌봄망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빛을 발한다. 2020년 3월, 중증장애인 ㄱ씨는 자신을 돌보던 어머니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홀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ㄱ씨는 3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발달장애인으로 사실상 혼자 생활이 불가능했다. 이때 사회서비스원에서 근무하는 오대희 활동지원사가 ㄱ씨와 함께 격리시설에 동반 입소했고, 이후 3명의 활동지원사가 퇴소할 때까지 돌아가며 그를 돌봤다. 탈북자인 ㄱ씨 어머니는 아직도 이때를 “고마웠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서울시 ‘약자 동행 특별시’로 만든다더니

최중증 뇌병변장애인 ㄴ씨도 2019년부터 오씨의 지원을 받다가 오씨가 2022년 공공운수노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으로 자리를 비우자 결국 다시 민간 활동지원사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ㄴ씨처럼 최중증인데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남성은 민간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일이 몇 배는 더 어렵다.

ㄴ씨가 사회서비스원의 활동지원서비스를 포기해야만 했던 건 부족한 인력 상황 때문이다. 현재 사회서비스원의 활동지원사는 45명으로, 정원인 55명도 다 채우지 못했다. 사회서비스원의 전체 정원은 출범 때보다 70명 감축된 상태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2019년 10월 입사한 오씨 이후 새로 충원된 인력이 없다.

오씨는 “취약계층의 일상과 생존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공백과 중단 없는 돌봄을 수행하려 헌신과 자부심으로 일해왔는데 돌아온 건 일방적인 장애인돌봄사업 졸속 폐업, 노동조건 개악 등”이라며 “정규직 돌봄 인력을 확충하는 게 아니라 ‘효율화’한다는 명분으로 부족한 인력에 책임만 2∼3배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 돌봄망이 흔들린다는 건 곧 시민의 돌봄권이 침해받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2022년 7월 취임하면서 서울시를 ‘약자 동행 특별시’로 만들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언은 그래서 공허하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중앙사회서비스원도 ‘효율성 강화’란 방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렇게 (공공 돌봄을) 형해화, 무효화하는 수순을 밟게 되면 (사회적) 낭비다. 이대로면 결국 중증장애인 등 민간에서 기피하는 이들은 (적절한) 서비스를 찾지 못해 결국 가족이 고생하거나 버려지거나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공공’이 중요할까.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형평성’이란 말을 꺼냈다. “적어도 어떤 지역에 살든, 어떤 사람이든 필수적으로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일 때 이를 형평성 있게 해결하는 점이 보장돼야 하고, 이는 적어도 국가가 계획된 체계 안에서 만들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돌봄도 마찬가지다. “돌봄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국가예산을 할당해 공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근거는 돌봄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여전히 당연히 시민이요, 인간이라는 존중에서 나오는 국가의 책임 활동이다.”(김영옥·류은숙, <돌봄과 인권>)

정은경 “감염병 위기 언제든지 올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본부에서 일하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11월28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특강에서 “감염병 위기는 언제든지 (또) 올 수 있다. 미국이 2022년 10월 바이오 안보전략을 발표하면서 ‘25년 안에 코로나19보다 더 센 감염병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감염병 안보전략과 이행 계획을 수립하는 게 필요한데 지금 시작해도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을 고려하고 범부처가 함께 참여해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바이러스가 닥치기 전까지 이런 시스템이 과연 준비될 수 있을까? 시민이고 인간이기에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아래부터 흔들리고 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병원은 병원답게, 지역사회는 지역사회답게”


김진수 선임기자

김진수 선임기자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 인터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 코로나19 환자를 최전선에서 치료해온 국립중앙의료원의 주영수 원장은 최근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은 중국처럼 봉쇄 전략을 쓰지도 않고, 한국처럼 진단검사를 적극 시행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누적 사망률이나 초과사망자 수가 모두 한국보다 낮다. 초과사망이란, 감염병 등 특이 상황에서 발생한 사망자 규모가 과거 같은 시기 사망자 규모를 넘어서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오미크론이 유행하던 2022년 2~4월에만 3만 명이 넘는 초과사망이 발생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바이러스 자체의 치명률은 떨어졌지만 확진자 수가 폭등하다보니 모든 연령군, 특히 50대 이상에서 사망자가 급증했다. 일본은 어떻게 선방했을까. 주 원장은 일본의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를 찾아가 물었다.

답은 “병원은 병원답게, 지역사회는 지역사회답게”였다. “일본은 일상 의료체계에서 환자를 관리했다. 집에서 치료받다가 악화됐을 때 조기 발견이 굉장히 잘됐고 이후 필요한 병원에 보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 지역 중심 의료체계가 오랫동안 강력한 시스템으로 존재한데다 돌봄 역시 지역에 기반해 촘촘하게 다져졌기에 가능했다.”

결국 지역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고 병원과 지역사회가 서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 원장은 “한국에선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난 뒤 다시 지역사회나 1차 의료기관에 돌려보내는 일이 굉장히 어려웠다. 의료뿐 아니라 돌봄까지 동시에 받쳐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짚었다.

지역사회가 탄탄하면 감염병 유행 같은 상황에서 특정 병원이 가용 병상과 인력을 모두 동원해 소진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주 원장은 지난 코로나19 유행 3년간 정부와 병원, 시민사회의 대응을 복기하면서, 지역책임의료기관에 권한을 부여해 환자를 제때 발견하고 치료하도록 지역의료 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방안을 짚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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