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는)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한 공간에 들어가도록 허용한 것이 문제였다. 군중 밀집과 관련해선, 일단 수용가능한 선 아래로 인구 밀도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군중 밀집(Crowd Surge)’ 관련 안전 분야 연구자인 키스 스틸 영국 서퍽대학교 초빙교수(사진)는 11월 2일 <한겨레21>과 서면 인터뷰에서 ‘예방’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순례,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장 등 대규모 군중 참사가 발생했던 과정을 시뮬레이션해서 연구했다.
키스 교수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골목 출입구 지점에서 안전요원이나 경찰이 군중 밀도를 관찰하면서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흐름을 통제해야 했다”며 사람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나 티켓을 따로 받지 않는 행사 대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이같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조처가 실제로 이뤄지려면, 사전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해당 지역의 지리적 위험과 군중의 움직임(Dynamics)을 사전에 예측하고 밀집도를 통제해야” 했다는 것이다.
키스 교수가 보기에, 이태원 참사 역시 특정한 공간에 인구 밀도가 급증하면서 산소 부족 등이 이어져 질식에 이르게 되는 전형적인 ‘군중 밀집’ 참사다.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들은 희생자들이 ‘서있는 채로’ 숨졌다고 증언한 바 있다. 2022년 10월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관중들이 갑자기 출구로 몰리는 바람에 120명 이상이 숨진 ‘군중 쏠림(Crowd Stampede)’ 참사와 같은 경우에는 군중의 이동 동선을 통제하는 것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군중 밀집’의 경우엔 밀집도를 통제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 조처다.
10월30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서 숨지는 게 아니라, (깔리거나 눌린 채) 숨져가기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는 키스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좁고 막힌 공간에서 ‘도미노’처럼 군중이 무너지면서 일어나는 압사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키스 교수에 따르면 1㎡ 면적에 서 있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은 5명이다. 사람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수준이면 1㎡에 1∼2명, 붐비는 수준은 3명이 서 있을 수 있다. 4명 이상이 되면 서로 어깨가 부딪힌다. 6명을 넘어서면 군중 위험의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 키스 교수는 “사람들이 군중 속에 갇히면 (호흡 곤란 때문에)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서로를 밀치거나 넘어지는 행동은 군중 밀집의 원인이 아니라, (호흡 곤란에 따른) 현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스 교수는 “인구 밀도가 수용가능한 선을 넘는 순간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위험이 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과 같은 일상 속 위험도 “보기에만 어려워보일 뿐,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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