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0월2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 본사 앞에서 열린 SPC 계열사 제빵공장의 사고로 숨진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피 묻은 빵은 먹지 않겠다’라고 쓰인 파리바게뜨 불매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2022년 10월15일 아침 6시15분, 23살 청년 박아무개씨가 국내 주요 식품제조사인 에스피씨(SPC)그룹의 빵을 만들다 숨졌다. 2018년 12월11일 화력발전소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보다 한 살 어린 나이(사고 당시 기준)다. 박씨도 김용균씨처럼 기계에 몸이 끼여 숨졌다.
제빵공장 청년노동자의 죽음 이후, 위험한 작업환경과 12시간 밤샘을 반복하는 노동강도 등을 두고 논란이 커졌다. 회사는 사고 바로 다음날 동료가 숨진 바로 옆에서, 사고현장을 수습한 이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을 일하게 했다. 고인의 빈소에 ‘답례품’ 하라며 빵을 놓고 간 회사 쪽의 무신경한 태도는 소비자의 광범위한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
SPC그룹은 최근 수년간 작업장 내에 산업재해가 만연한데도(제조업 평균의 1.4배), 명백히 직접고용해야 하는 제빵기사를 파견업체를 통해 불법고용해 일을 시키면서도(‘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비용을 절감할 궁리만 했다. 문제제기를 하는 민주노조를 와해하려 했고(고용노동부·검찰 수사 중),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도 지키지 않았다(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부과). 절감한 비용을 안전·환경 개선에 투자해 참담한 사고를 막는 일에는 인색했다. 인력도 충원해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성인지적 관점으로 노동환경을 설계하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23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 모든 일로 인한 ‘구조적 사고’였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일, 그것도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 스러지는 일이 반복된다. 그 사회가 무언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신호다. 노동자의 안전은 기업 이익을 위해 이렇게 무참히 희생돼도 괜찮은가. 오늘도 제2, 제3의 김용균들이 묻고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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