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해 전보다 4.1% 올랐다. 2011년 12월 이후 10여 년 만이다. 4.1%는 어떤 숫자인가.
공급 충격이 두드러지는 숫자다. 3월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4.1% 물가상승률 가운데 1.3%포인트는 석유류 가격 상승 탓이다. 사료로 주로 쓰는 국제 곡물과 각종 원자재 가격도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이런 것들은 생산비는 물론 물류비, 운영비도 늘리니 상품이든 서비스든 식료품이든 버틸 재간은 없다. 코로나19로 빚어진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겹친 영향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숫자다. 공급을 틀어막은 국제적인 요인이 해결되면 물가가 진정될지 알 수 없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굳으면 심리만으로도 오른다. 코로나19 동안 풀어낸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넘어 물가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물론 1년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수요 위축과 그에 따른 저물가를 1년 전처럼 걱정할 가능성도 있다.
동등하나 차별적인 숫자다. 김밥 가격이 1천원 오르면 재벌 회장이든 저임금 노동자든 같은 가격표를 받는다. 부담은 물론 다르다. 누구는 1천원쯤 아랑곳없다. 누구는 김밥 먹기를 포기한다. 포기하는 이가 늘어나면 경기는 침체한다. 시작점이 공급 충격(원자재 가격 인상)이었으므로 수요가 준다고 김밥값도 못 내린다. 김밥집 사장님도 포기한다. 침체는 깊어진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양극화한 경제의 위험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숫자다. 취약한 이들의 숫자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취약계층 복지 지원 수준은 물가에 맞춰 오를 수 있는가. 가격표에 따라 누군가 너무 쉽게 흔들리는 불안한 경제 구조는 바뀔 수 없는가. 묻는 숫자다. 요구하는 숫자다.
3월 소비자 물가상승률 4.1%가 발표된 4월5일, 2023년도 최저임금 심의 또한 시작됐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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