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만 억울한 건 아니었다. 제1398호 ‘억울한 부부, 연락주세요’ 기사를 보고 응모한 독자 14명 중 절반인 7명이 남성이었다. 남성들의 지원 동기는 이렇다. ‘평소 집안일로 많이 부딪힙니다.^^’(맞벌이 부부 남편 차기호) ‘나도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거 같은데 항상 아내는 본인이 더 많이 한다고 투덜대기에 진짜 과연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맞벌이 남편 김홍일) ‘배우자와 실제 가사분담 시간을 확인하는 계기를 갖고 같이 잘 살고 싶습니다.’(맞벌이 남편 오기수)
아내들의 출사표는 좀더 뜨겁다. ‘조금 전 남편을 생각하며 분노의 포효를 질렀는데 마침 억울한 부부는 연락 달라는 글을 보아서 지원함. 남자에게 가사노동 분담은 재활용품 분리배출 전담을 뜻하는 것임을 결혼 후 알게 되었다.’(맞벌이 아내 유소희) ‘남편과 나의 가사분담 비율이 불공정하다. 가사노동 주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맞벌이 아내 김다영)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 포항으로 내려와 살면서 가사노동과 양육 분담도 지역 편차가 심하다고 느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편들에게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겨나길 바란다. 인식 변화가 꼭 필요하고 그것에서부터 젠더 갈등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전업주부 박정애)
하지만 지원자 가운데 일부는 실제 기록 작성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설 연휴에 집안일로 크게 싸워서 같이 뭘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지원자도 있었다. 결국 부부 9쌍(18명)이 평일과 주말 하루씩 ‘48시간 가사노동 기록’을 완성했다.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록한 일지를 모아 보면, 부부마다 고유한 가사분담 특성과 함께 전반적인 가사노동 분담 유형이 드러났다. 기록을 바탕으로 18명을 추가 인터뷰해서, 코로나19 이후 커진 가사노동 부담의 양상과 가사노동 분담을 둘러싼 부부 갈등에 대해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 아내 강은주(43)씨는 “나와 남편이 집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체크해보니 불평등이 심했다”면서도 “아이 하교 시간이 이르다보니 근무시간이 유연한 내가 전담하는데, 남편은 같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가사분담 불평등이 특정한 개인 또는 부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과제라는 점을 함께 짚어본 이유다. 개인과 가정, 직장, 사회가 모두 변해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돌봄 공약도 함께 살펴봤다.
*참가자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모두가 노동자, 모두가 돌봄자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621.html
‘여성의 일’이라는 덫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6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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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