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변호사(가로세로연구소 소장)가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조교수(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가 밝힌 성폭력 피해를 수사해달라며 서울경찰청에 2021년 12월7일 고발장을 제출했다. 조 교수는 강 변호사가 제기한 사생활 의혹으로 민주당 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인신공격이 계속되자 “과거 성폭력을 겪었다”며 개인사를 공개했다. 그러자 강 변호사가 이번엔 조 교수가 당한 성폭력범죄 가해자를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낸 것이다. 그는 조 교수의 과거 개인사와 자녀 신상을 공개해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조 교수의 변호인은 바로 반발했다. 조 교수를 대리하는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12월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강 변호사의 행위에 대해 “조 교수를 욕보이기 위한 2차 가해다. 악질적 행태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현재는 어린 자녀와 가족의 안정이 우선이다. 만약 조 교수가 성폭력 가해자를 고소하더라도, 고소 여부는 전적으로 조 교수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성폭력 피해자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강 변호사가 ‘3자 고발’을 한 것이다.
이는 2021년 1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겪었던 일과 판박이다. 당시 장 의원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자 한 시민단체가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경찰에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 의원이 수사를 원치 않아 사건은 종결됐다. 장 의원은 “저와 어떤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제 의사를 무시한 채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의원은 강 변호사의 고발에 대해 <한겨레>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맥락 속에 위치하고 있다. 엄정한 사법 집행을 통한 가해자 처벌을 중시하는 피해자도 있고, 고발을 통해 촉발되는 언론의 과열된 관심이나 지난한 사법절차에 시달리는 것을 원치 않는 피해자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3자 고발은 ‘괴롭히기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한겨레>에 이 사건에 대해 밝힌 견해다.
“강 변호사가 조 교수 가족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 그간의 행동 맥락을 살펴보면 이번 고발도 피해자의 입을 막겠다는 피해자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성폭력에 대한 제3자 고발은 피해자와의 논의하에 이뤄진다는 게 전제돼 있다. 본인 동의 없이 피해자가 경찰 조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굉장한 추가적 피해다.”(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
강용석 변호사는 ‘고소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소·고발에 능한 법조인이다. 역설적이게도 조 교수 자녀의 신상을 공개한 강 변호사는 자신의 불륜 의혹을 보도한 방송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방송사 갈무리 화면에 아들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나와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2심에서 2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승준 <한겨레> 사회부 이슈팀장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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