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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밀고’ 의혹 김순호 경찰국장 채용 진실은?

김 국장 “주사파 전문성 인정받아 특채된 것” 주장
등록 2022-08-13 03:19 수정 2022-08-13 10:37
2022년 8월2일 출범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을 맡은 김순호 치안감. 경찰청 제공

2022년 8월2일 출범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을 맡은 김순호 치안감. 경찰청 제공

중립성 훼손 우려 속에 2022년 8월2일 출범한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이번엔 초대 국장의 과거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동료를 밀고해 경찰에 특채됐다는 이른바 ‘끄나풀’ 의혹이다.

내용은 이렇다. 김순호 신임 경찰국장(치안감)은 성균관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1983년, 녹화공작 대상자로 군에 입대했다. 녹화공작이란 전두환 정권 당시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운동권 학생을 강제 징집한 뒤 출신 학교의 동향을 수집하도록 강요한 일이다. 김 국장의 녹화공작 활동은 전역 뒤에도 이어졌고, 이 내용이 담긴 존안자료(국가정보원 대외비 인사파일)는 현재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이후 김 국장은 1988년 노동운동단체인 ‘인천부천노동자회’(인노회) 부천지역의 조직책으로 활동하다 1989년 4월 돌연 종적을 감춘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대공공작업무 관련자로 경찰에 특별채용(경장급)된다. ‘밀고 특채’ 의혹이 나오는 건 김 국장이 잠적했을 즈음 인노회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에 채용됐을 무렵 인노회 회원들이 대거 구속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국장이 경찰이 된 뒤 처음 배치된 곳은 인노회 수사를 담당했던 대공수사3과다. “주사파 전문성을 인정받아 특채된 것”이라는 김 국장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기엔 너무 공교롭다.

공교로운 점은 또 있다. 경장 채용 뒤 김 국장은 4년8개월 만에 경위 직급으로 승진한다. 당시 순경 공채자가 경위까지 승진하는 데 15~20년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속 승진이다. 1998년엔 경감까지 올랐다. 이 기간에 김 국장은 대공수사3과뿐 아니라 1998년 7월까지 경찰청 보안 분야에서 일하며 ‘범인 검거 유공’ 등으로 7차례 상훈을 받았다. 김 국장의 근무 부서를 고려하면, 범인 검거 유공은 용공 혐의자들을 검거했다는 걸 뜻한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학생운동, 노동운동 단체를 이적단체로 몰았다. 이적단체로 몰렸던 인노회 또한 2020년 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심지어 김 국장의 채용을 담당한 이는 홍승상 전 경감이다. 홍 전 경감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거짓말을 지어낸 남영동 대공분실의 장본인이다. 홍 전 경감은 최근 <티브이(TV)조선> 인터뷰에서 “인노회 사건 당시 김 국장에게 수사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국장은 이에 대해 “사실과 전혀 관계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며 부인했다. 김 국장은 프락치 의혹에 “소설”이라고 일축했지만, 인노회 피해자들은 지역 책임자인 김 국장만 알 수 있던 조직표 등이 경찰 손에 들어간 상황 등을 증언한다.

8월7일은 김순호 경찰국장의 대학 1년 선배이자, 인노회 활동을 함께했던 최동의 32주기였다. 최동은 1989년 김 국장이 잠적한 즈음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수차례 고문받은 뒤 고문 후유증을 겪다 1990년 8월7일 한양대 한 강의실에서 분신해 생을 마감했다. 유서엔 “저들의 목적은 인간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저들의 의도대로 되었습니다. 저는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폐인이 되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내무부 산하에 있던 치안본부가 1991년 경찰청으로 독립한 것은 정권 보위기구처럼 움직이고 민주인사를 탄압하던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31년 만에 과거로 회귀한 경찰통제조직이 신설된 지금, 첫 수장이 ‘대공분실’의 관련자인 건 우연일까.

장수경 <한겨레> 토요판부 기자 flying710@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한겨레> 김규남,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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