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절반은 투표하지 않았다. 2022년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유권자 4430만3449명 중 2256만4394명이 투표해 투표율 50.9%를 기록했다. 2002년 제3회 지방선거(48.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이다. 2002년 이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던 지방선거 투표율(2006년 51.6%→2010년 54.5%→2014년 56.8%→2018년 60.2%)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팍 꺾인 것이다.
애초 사전투표율이 20.6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최종 투표율도 60%대를 돌파해 높게 나오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실제로는 본투표 대신 사전투표를 하는 ‘분산효과’만 나타났다.
유권자의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와 ‘투표 적극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예견하는 조사도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5월22~23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505명에게 실시한 ‘제8회 지방선거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 ‘관심 있다’는 응답은 79.6%였다. 4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같은 조사에 견줘 3.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투표 참여 의향과 관련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71.5%로 4년 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두 항목에서 특히 20대(18~19살 포함)의 응답이 각각 15.8%포인트, 19.2%포인트로 두드러지게 하락해 전체 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가 유권자에게 외면받은 것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치러진 지 불과 84일 만에 열리는 ‘대선 연장전’ 성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 피로감이 작용한 셈이다. 게다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3주밖에 안 돼 투표의 주된 동력인 권력에 대한 심판이나 견제 심리가 작동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또한 ‘김포공항 이전’ 논란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는 정치권 안팎의 반응이 나올 정도로 이슈가 실종된 선거였다. 그러다보니 지지층이 결집하기 어려웠고, 나아가 중도층도 투표장에 나갈 이유를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경기 분당갑과 인천 계양을의 투표율이 각각 63.8%, 60.1%로 60%대를 돌파했다. 그나마 각 당의 대선후보급 유력 정치인이 자신의 향후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 유권자의 관심을 다소 끌었다고 볼 수 있다.
유권자의 절반만 투표한 이번 선거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20~30대 청년의 투표 참여가 낮았으리라는 점이다. 3·9 대선 기간 내내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청년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여야 모두 청년 공약을 제시하고, 선거대책위원회에 청년을 등용하는 등 청년에 ‘올인’했다. 국민의힘은 ‘이대남’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이대녀’를 배제하는 갈라치기 전략을 썼다. 그 반작용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선 ‘개딸’(개혁의 딸) 현상이 생겨났다. 이 와중에 여야 정책 중 청년에게 정말 절실한 공약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 언제나 그래왔듯 이번에도 진정성 없이 청년을 득표를 위한 액세서리로만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이런 비판의 결과물일 수 있다. 여야 모두 낮은 투표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이긴 쪽이든 진 쪽이든 모두 성찰해야 한다.
김규남 <한겨레>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장 3strings@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한겨레> 김규남,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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