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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트위터리안’의 불길한 인수

등록 2022-04-30 03:20 수정 2022-04-30 11:4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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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호이자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손에 트위터가 들어갔다. 팔로어 8300만 명을 둔 ‘파워 트위터리안’인 머스크가 아예 트위터의 주인이 된 것이다. 평소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모든 현안에 거침없이 의견을 제시한 그가 트위터를 어떻게 바꿀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소수자 혐오, 허위 정보 등의 범람을 차단하는 데 노력해온 트위터가 옛날로 돌아갈까 우려하는 이도 상당하다.

트위터 이사회와 머스크 쪽은 밤샘 협상 끝에 2022년 4월25일(현지시각) 머스크가 주당 54.2달러씩 총 440억달러(약 55조1100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위터의 전세계 하루 사용자는 2억1700만 명으로, 30억 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140자라는 간명한 메시지, 리트위트를 통한 공유의 파급력 때문에 전세계 정치인, 유명인이 즐겨 사용하는 플랫폼이라 온라인 공론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트위터 인수 뒤 머스크가 내뱉은 첫마디인 ‘언론 자유’는 더 의미심장하다. 그는 협상 타결 보도자료에서 “자유언론은 민주주의 작동의 기반이며,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를 토론하는 디지털 광장”이라고 했다. 협상 타결 발표 직전 트위터 글에선 “나한테 최악의 비판자도 트위터에 남기를 원하는데, 그게 언론 자유가 뜻하는 바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동안 머스크의 ‘트위터 생활’이 진정 언론 자유인지에 있다. 트위트 한 줄로 암호화폐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테슬라 주가를 흔들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자신이나 회사를 비판한 사람과 기자를 차단하거나 비난했다. 트위터가 그의 ‘개인 확성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과거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한 것과 같다. 이는 정치적 인수”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에 허위 정보, 소수자 혐오 등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혐오와 허위 정보가 판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당장 2021년 1월 의사당 난동을 부추겨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퇴출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와 국제앰네스티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 “여성과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과 욕설을 트위터가 외면할까봐 우려된다” 등의 견해를 보였다.

소수자를 혐오하고 허위 정보로 정치에 개입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온 소셜미디어를 바로잡으려는 지금,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불길한 징후로 읽힌다. 소수자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고 공감대를 이뤄온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출근길 시위에,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에 쏟아지는 온갖 혐오와 공격을 보면 이런 우려는 남 일이 아니다.

이승준 <한겨레> 사회부 이슈팀장 gamja@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김규남 기자, <한겨레>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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