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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불평등 사회’보다 빠르다

등록 2021-12-04 11:05 수정 2021-12-04 11:10
2021년 12월1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2021년 12월1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5266명(2021년 12월2일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5천 명을 넘어서며 사실상 5차 대유행 초읽기에 들어섰다. 위중증환자도 이틀 새 72명이나 늘어 733명으로 치솟았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8.1%(12월1일 오후 5시 기준)다. 중환자 병상이 10개 중 하나만 남은 셈이다. 전국 병상 가동률도 79.1%로 80%에 육박한다. 병상을 기다리는 환자가 800명이 넘는데, 이 중 70살 이상 고령층이 절반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한 지 꼭 한 달 만에 ‘의료 붕괴’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확진자에 대해 재택치료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특별방역대책을 11월29일 발표했지만, 병상 부족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도권 내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중환자 병상을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을 11월에만 두 차례 내렸으나, 중환자 증가 속도는 병상 확보 속도보다 빠르다.

엎친 데 덮쳤다. 병상은 포화상태인데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한국에 12월1일 상륙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오미크론 변이 발생을 보고한 지 9일 만이다. 확진된 이들은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부부와 지인 등 5명이다. 이들과 접촉한 의심환자 수도 늘어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는 접종 대상자의 80%이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백신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있어 방역조치 강화가 불가피하다.

변이 바이러스의 계속된 발생은 선진국의 자업자득인 면이 크다. 코로나19 백신 공급 초기부터 전문가들은 국가 간 ‘백신 불평등’ 문제가 코로나19 종식을 방해할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선진국과 빈곤국의 백신 접종 양극화는 심각하다.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국가별 백신 접종 완료율은 미국 58.1%, 영국 68%, 프랑스 69.8%, 한국 80%, 일본 77.3%인 데 비해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된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는 19.6%, 국내 첫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방문한 나이지리아는 1.7%에 불과하다(11월30일 기준).

WHO는 “선진국의 하루 부스터샷(추가 접종) 공급량이 빈곤국의 백신 최초 접종량보다 6배나 많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도 빈곤국 백신 지원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재기’로 백신을 확보한 선진국은 오히려 자국 내 추가 접종을 확대하고 아프리카에 빗장을 걸었다. 하지만 이미 남아공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보고되기 전 네덜란드에도 오미크론 변이 샘플이 있었고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더 늦기 전에 빈곤국의 백신 접종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경제적 불평등은 가족관계 불평등도 불렀다. 통계청 ‘2021 사회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가족관계가 멀어졌다’고 답한 비율은 가구 월소득 600만원 이상은 7.4%지만, 소득이 낮아짐에 따라 관계 악화 비율은 늘어 가구 월소득 100만원 미만은 23.4%에 이르렀다. ‘관계가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반대다. 가구 월소득 100만원 미만은 6.6%, 소득이 늘어날수록 관계 개선 비율은 점점 늘어 600만원 이상은 20%였다. 질병 앞에서 드러난 소득 불평등의 민낯은 국가 간에도, 가족 간에도 처참하다.

장수경 <한겨레>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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