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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너머n'

판결문 톺아보는 이유

완벽한 ‘재판 감시’ 하려면, 일반 시민의 눈높이로 성범죄 피고인 ‘양형 이유’ 등 살펴봐야

제1379호
등록 : 2021-09-03 16:58 수정 : 2021-09-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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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리셋’ 임우정

“피고인은 박사방 회원들 추천을 받아 이 사건 오프 만남을 하게 됐는데, 이는 피고인이 범행을 결심하게 한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박사방의 왜곡된 윤리관은 피고인의 정상적인 윤리적 판단을 방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중략) 피고인이 불우한 생활환경에서 비롯된 높은 고독감으로 비정상적인 사회적 관심에 취약했다는 건 다소나마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다.”

‘박사방’ 일원인 한아무개의 1심 판결문 일부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려고 시도한 혐의를 받는데도 예상보다 적은 선고 형량(징역 11년)이 나온 이유에는 피고인에 대한 재판부의 ‘안타까움’이 깔렸다.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남경읍은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판단이 적합한가?

관심 있는 재판이 끝날 때마다 해당 재판 판결문의 열람·복사를 신청해 그 내용을 확인한다. 재판 모니터링부터 판결문 확인까지 거쳐야, 하나의 사건에 대한 재판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판결문을 어떻게 얻고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묻는 이가 많다. 재판 모니터링을 하는 방법의 일부를 소개한다.

법원 사이트에서 판결문 찾기 가능
일반 시민들이 판결문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법원을 직접 방문해 열람하는 방식이 있지만 일반 시민이 하기에는 번거롭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확인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첫째, 대법원을 비롯해 각 법원 사이트, 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 등에서 공개된 판결문을 열람하는 방법(무료)이다. 관심 있는 사건을 바로 찾지 못하거나 일반적인 검색이 필요할 때 검색어 기능을 활용한다.

특정 사건을 검색할 때는 ‘대한민국 법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대국민서비스-판결서 사본 제공신청/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이용(1건당 1천원)하면 된다. 2013년 이전에 확정된 사건이나 재판이 진행 중인 확정 전의 사건일 경우 사건번호를 알고 있으면 ‘판결서 사본 제공신청’을, 2013년 이후 확정된 사건일 경우 ‘판결서 인터넷 열람’ 활용을 권한다. 판결서 사본 제공신청은 법원 심사를 거쳐야 한다. 판결서 인터넷 열람은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서 판결문 내용을 일부 살펴보거나 판결문을 직접 내려받을 수 있다.

특히 판결서 인터넷 열람은 사건번호를 몰라도 된다. 찾으려는 사건을 표현하는 검색어(예를 들어 ‘성 착취’ 등)를 넣으면 다양한 사건을 열람할 수 있다. 개별 판사마다 판결문을 분석하고 싶으면 판사 이름을 넣어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임의어 검색 범위가 상당히 넓다. 주의할 것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재판부의 허가가 있어야 열람이 가능하다.

판결서 열람은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된 상태(익명 처리 등)로 일반에 공개되지만, 그조차 불안해하는 피해자가 있을 것이다. 그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판결서 열람제한신청’이다. 판결서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 꺼려지면 피해자가 신청할 수 있는데 이를 아는 경우가 적다. 게다가 피해자 조력 과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전문가도 많지 않다. 오히려 열람제한신청은 본인의 사건을 숨기고 싶어 하는 가해자(피고인) 쪽에서 적극 활용한다. 특히 성범죄자의 경우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열람제한을 신청하기도 한다. ‘켈리’나 ‘와치맨’, ‘도널드푸틴’ 등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성범죄 사건의 피고인들도 열람제한을 신청했다.

‘징역 ○년’ 선고한 ‘이유’는 무엇인가
판결문에서 중점적으로 파악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 재판 모니터링 교육을 할 때 나는 판결문 ‘주문-이유’로 이어지는 단순 구도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개 ‘피고인을 징역 ○년에 처한다’와 같은 ‘주문’에 집중해 선고형에만 관심을 두는데, 그 선고형이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을 세심히 봐야 비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범죄 재판에서 ‘주문’을 볼 때는 형의 종류와 형량 외에 보안처분도 살펴야 한다. 성범죄자들이 보안처분 수를 줄이려 애쓰기 때문이다.

‘이유’ 부분을 분석할 때는 ‘필수사항’과 ‘선택사항’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법제도를 감시하는 데 필요한 부분을 필수사항으로, 독해가 어렵거나 트라우마 등 반응이 우려되는 부분은 선택사항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선택사항은 ‘범죄사실’과 ‘피고인 및 변호인(소송관계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등이다. 범죄사실의 경우 공소사실을 파악하면서 죄명과 그 구성요건 등을 살피라고 한다. 그러나 피해사실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 때문에 일반인 입장에서는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도 ‘2차 가해’를 기반으로 한 주장을 늘어놓은 경우가 많아서 읽는 것만으로도 상처받는 이가 있다. 트라우마가 걱정될 경우 읽을 수 있는 부분만 읽어도 된다.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사항은 법령 적용과 양형 이유 정도다. ‘법정형-처단형-(권고형: 양형기준 적용)-선고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은 무엇인지(형의 종류와 형량 등) △법률상 가중·감경 요소(심신미약 등)나 재판상 감경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양형기준 중 특별양형인자와 일반양형인자 중 무엇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그리고 결국 △선고형은 어떻게 결정됐는지 파악해야 한다.

판결문 멋대로 해석하는 ‘언론 감시’도
양형 이유는 판사의 가치관을 볼 수 있는 부분으로, 이들의 판단을 일반 시민의 감수성과 상식선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 특히 작량감경에 주목해야 한다. 작량감경이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을 때 법관의 재량으로 행해지는 형의 감경을 뜻한다. 작량감경을 적용할 경우 그 판단의 근거와 이유를 제대로 설명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피고인이 반성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피해자 의사는 제대로 반영됐는가 △금전 합의를 기계적으로 반영한 것은 아닌가 등 다양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판결문 분석은 더 나아가 언론 감시이기도 하다. 언론이 판결 내용을 보도할 때 자극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 판결이 어떤 측면에서 유의미하고 문제가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대중이 관심 갖는 내용이 자극적인 측면이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하지만, 실제 법조 기자들이 수준 미달인 경우도 많이 봤다. 이들은 판결문을 멋대로 해석하거나 내용을 균형 있게 전달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시민감시의 하나로 방청 연대, 재판 모니터링과 연계해 판결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재판은 전문가들이 하지만, 전문가 역시 경험칙(경험에서 얻은 지식과 법칙)에 따라 사건과 사람을 파악한다. 따라서 그들의 판단이, 그 잣대가 적합한지는 일반인도 충분히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

마녀 반성폭력 활동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 여성긴급전화1366으로 연락하면 불법 영상물 삭제, 심층 심리치료, 상담·수사, 무료 법률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너머n’ 아카이브(stopn.hani.co.kr)에서 디지털성범죄를 끝장내기 위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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