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6월26일 숨진 채로 발견된 청소노동자의 휴게공간. 연합뉴스
6월26일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ㅇ(59)씨의 동료들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7월7일 ㅇ씨와 자신들이 서울대 기숙사 안전관리팀의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안전관리팀장이 영어·한자 시험이나 반성문 쓰기를 강요하고, ‘드레스코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들과 일부 청소노동자는 “갑질이 없었다”고 반박한다. 이에 서울대 인권센터가 조사에 나섰다.
눈길을 끄는 건 노동자들의 기자회견 이후 서울대 교수·교직원들이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놓은 반응이다.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는 취지라고 해도 일부 발언은 한국 사회가 청소노동자와 노조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① 서울대 관계자 ㄱ: “ㅇ씨가 일하던 기숙사 건물에서 100ℓ 쓰레기봉투가 하루에 6~7개씩 나온다는 노조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하루 평균 2개 정도 나온다.”
② 서울대 관계자 ㄱ: “고인은 문제의 그 ‘필기시험’에서도 1등을 했고, ‘드레스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③ 서울대 교수 ㄴ: “아무리 고인의 사정이 안타깝고 유족의 사정이 딱해도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일방적 주장만으로 또 한 명의 무기계약직 노동자인 ‘중간관리자’를 가해자로 만들 수는 없다.”
④ 서울대 관계자 ㄷ: “노조는 안타까운 사건을 악용해 다른 청소노동자와 유족을 부추겨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친다.”
⑤ 서울대 교수 ㄹ: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를 독려하는 것이 갑질이고,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게 하는 것도 갑질이라면, 그리고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갑질이라면 도대체 사용자 행위 중에 갑질이 아닌 행위가 뭐가 있을까.”
①은 ㅇ씨의 업무 강도가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청소노동자들의 100ℓ 쓰레기봉투 사용을 2021년부터 금지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4개층 건물을 홀로 담당했던 ㅇ씨가 100ℓ 쓰레기봉투를 써야 하는 상황보다 ‘2개’라는 팩트가 더 중요한 것일까. ②의 발언에 대해 ㅇ씨의 남편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부장님이 ‘회식하자’고 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을’의 언어는 대부분 자의적으로 해석된다. ①②③은 유족과 노동자들의 주장이 ‘산재 인정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학교 쪽 시각을 드러낸다. ④에 대해 ㅇ씨의 남편은 JTBC 인터뷰에서 ‘아내 역시 노조원’이라고 했다. ⑤는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웹툰 <송곳>의 명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은 2018년 2월 무기계약직으로 학교에 직고용됐다. 그 전까지 한국의 대학은 청소노동자 노동문제에 “용역업체 소관”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서울대 관계자들의 시각은 ‘용역업체’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승준 <한겨레> 사회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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