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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우스, Mㅓ가 Zㅔ일 잘나가?

인턴 ‘쭈’가 된 정은주 편집장, 밀레니얼 세대 뉴스 ‘뉴닉’ 체험기
등록 2020-09-05 21:16 수정 2020-09-10 10:35
8월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뉴닉 구성원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윤세영(마라라)의 반려견 감사가 동반 출근했다. 박승화 기자

8월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뉴닉 구성원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윤세영(마라라)의 반려견 감사가 동반 출근했다. 박승화 기자

‘밀레니얼 세대를 세상과 연결한다’는 미션을 품고 2018년 12월에 탄생한 뉴닉(NEWNEEK). 2년 만에 2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그들은 구독률이 떨어지는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언론사 경험이 거의 없는 그들에겐 있고, 26년간 시사주간지를 만들어온 우리에겐 없는 것은 무엇일까.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에 <한겨레21> 편집장을 맡은 나는 성공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미디어 스타트업 선두 주자가 궁금했다. ‘그래, 직접 물어보자. 곁에서 배워보자.’ 뉴닉에 인턴 에디터를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기성 언론은 공급자 중심, 뉴미디어는 수용자 중심이라고들 말한다. 기성 언론은 수직적 문화, 뉴미디어는 수평적 문화라고들 말한다. 일주일간의 뉴닉 인턴 생활에서 그것은 옳은 분석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격차는 짐작한 것보다 훨씬 컸다.

뉴닉은 매 순간 뉴닉의 구독자를 일컫는 ‘뉴니커’를 떠올린다. 이슈를 선정할 때도, 기사를 작성할 때도, 정정 보도를 할 때도 질문은 하나였다. ‘뉴니커가 좋아할까.’ 두루뭉술하게 수용자를 그리지 않고 나이·직업·취향 등이 또렷한 가상 인물을 설정해놓고 그를 위한 뉴스레터를 맞춤형으로 만든다. 친숙한 대화체로 뉴스를 풀고 유머와 위트를 섞는 것도 밀레니얼 세대의 언어를 구현한 것이다. 꼭 맞는 옷이 생겼으니 기성복에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게 당연해 보였다.

인턴 첫날, 나는 ‘쭈’라는 닉네임을 정했다. 대표부터 신입사원까지 뉴닉의 구성원 12명은 모두 닉네임으로 불렸다. 직함이 없어지자 위계가 옅어졌다. 실제 뉴스레터를 총괄하는 편집장도 없었다. 집필자와 편집자는 날마다 역할이 바뀌었다. 여럿이 일을 나누고 공동작업인 듯 레터를 함께 완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구성원 누구라도 ‘최초의 독자’로 뉴스레터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열린 조직이었다. 협업용 메신저 노션(Notion)과 슬랙(Slack)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설립자가 두 명이나 있지만 윗사람이라기보다 역할이 다른 동료로 느껴졌다. 에디터, 디자이너, 개발자 사이에 칸막이도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낡은 사고방식과 권위적인 태도에 익숙해져 혁신하지 못한 언론인, 그들이 궁금해 찾아갔다가 내 실체를 마주하고 말았다. 수용자 중심으로, 수평적 문화로 확 바뀌어야 한다는 목표는 분명해졌다. 과연 어떻게, 큰 과제를 다시 떠안았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한겨레21 정은주 편집장의 ‘뉴닉’ 인턴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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