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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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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역시 용돈은 군것질맛이죠

일주일 용돈 5천원이 평균… 명절 때 받은 돈을 엄마가 가져간다면
등록 2020-05-04 23:10 수정 2020-05-07 14:34
경기도 군포시 산본 능내초등학교 3학년 배정주가 그린 그림.

경기도 군포시 산본 능내초등학교 3학년 배정주가 그린 그림.

어린이한테 적당한 용돈이란 도대체 얼마일까요? 어린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 과연 정답이란 게 있을까요? 그런데 어느 한 시대, 어느 누군가한테 용돈이 부족함 없이 주어진 적이 있을까요? 용돈은 늘 부족한 그 무엇이 아닌가 싶어요.

<한겨레21>이 경사스러운 어린이날을 맞아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17명한테 용돈을 얼마나 받는지, 주로 어디에 쓰는지 물어본 까닭이에요. 9명의 친구가 대답해주었어요. 학년을 가리지 않고 일주일에 5천원을 받는다는 친구가 많군요. 6학년 홍지효는 다소 많은 1만원을 받는데, 역시나 다른 친구들처럼 간식 사먹는 데 주로 쓴대요. “편의점에 새 간식거리가 나와 먹어보고 싶을 때 사먹고 평소에 용돈을 조금씩 들고 다니다 갑자기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사먹는다”네요. 지효는 여느 6학년 여자 어린이처럼 화장품이나 외모 꾸미는 데 돈을 쓰진 않는대요.

아프리카 어린이한테 5년간 기부도

<한겨레21>과 친한 어린이들은 주로 군것질로 ‘용돈 플렉스(Flex·뽐내고 자랑하는 일)’를 하나봐요. 당연하지요. 부모님이 용돈을 주는 까닭도 주로 거기에 있을 테니까요. 4학년 홍서림은 먹는 걸 좋아해서 얼마 전까지 불량식품도 먹었는데 요즘엔 끊었대요. 하지만 여전히 당분 많은 과일주스 같은 걸 많이 먹어 “지금 살이 많이 쪘다”며 “다이어트를 꿈꾸고 있다”고 해요. 서울 북가좌동에 사는 2학년 김은성도 “용돈으로 과자나 멘토스 등 사먹는 데 써요. 몰랑이 인형 그려진 연필 사려 했는데 엄마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해서 안 샀어요”라고 해요. 은성이는 일주일에 1천원을 용돈으로 받는데, 금액이 “적당하다”고 소박한 대답을 하네요. 그래도 꿈은 커요. 돈이 많으면 피아노를 사서 엄마한테 연주를 들려주고 싶대요. 필리핀 국제학교 4학년 김유빈은 본인이 용돈으로 가장 플렉스하는 때가 “저번에 맛난 것 사준 누군가한테 내가 사줄 때, 엄마한테 맛난 것 가끔 사드릴 때”랍니다.

1학년 박성빈은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진 않는데 간간이 생기는 용돈을 모아 좋은 일에 썼답니다. “아프리카 친구들은 마음대로 밥을 먹거나 할 수 없잖아요. 5년 동안 단체를 통해 기부해 그 친구들 도와줬어요. 또 그림 저금통에 돈 담아서 ‘사랑의 빵’에 기증했어요.” 성빈이 얼굴을 직접 볼 순 없었지만, 전화선 너머 자부심 묻어나는 그의 얼굴을 상상할 수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친구보단 그렇지 않은 친구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또 1학년 류서현처럼 “설날에 세뱃돈 몇만원씩 받으면, 아빠가 준 것까지 엄마가 가져가요. 내 통장에 넣어준다고는 하는데, 엄마가 뭐 사는 같아요”라는 고발(?)도 있네요. 그래서 <한겨레21>이 어린이 여러분한테 ‘극강의 팁’을 드릴게요.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지 않거나 저축 명목으로 가져간 뒤 행방이 묘연해지는 상황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로 어린이들의 권리를 규정한 국제 약속 ‘아동권리협약’이에요.

돈의 행방이 묘연할 땐 ‘아동권리협약’

이 협약 제2조는 “국가는 모든 형태의 차별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권리의 증진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닌다”고 해요. 옆집 친구는 받는 용돈을 나는 받지 못할 때 부모님한테 “차별하지 마세요”라고 따져보세요. 혹시 부모님이 다른 데를 쳐다보거나 본인의 등짝이 따가울 땐 협약 제12조를 읊어주세요.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사항이나 절차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의견이 반영되게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제27조도 써먹을 만해요. “부모는 아동에게 적합한 생활수준을 제공할 일차적 책임이 있으며, 국가는 이러한 책임이 이행되고 완성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하거든요. <한겨레21>이 알려줬다는 건 비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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