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계속된다.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 원칙을 공동성명에 담아냈다고 강조한 그가 일주일도 안 돼 7월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동했다. 공동성명 원칙에 반하는 행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사실상 경제 보복 조처라고 전세계가 보지만, 아베 총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맞다”(7월2일 인터뷰)고 항변했다. 여기서 잠깐, 그에게 WTO란 무엇일까? 일본 정부는 4월 한국의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해 WTO 상소기구에서 패소한 뒤 “WTO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WTO를 비난한 바 있다. 1심 승소 당시 “한국은 승복하라”는 주장에서 180도 돌변했다.
아베 총리의 행보는 일본 안에서도 비판받는다. 긴밀하게 연결된 한-일 경제 관계에서 보복은 부메랑으로 돌아오리란 여론이다. 7월21일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분석도 따라왔다. “아베 정부가 자유무역 신봉자를 자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전술을 채용했다”는 국외 언론의 비판적 분석도 계속된다.
당장 경제적 타격을 보게 된 한국 여론은 부글부글 끓는다. 정치권에선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비했냐는 것을 두고 여야 공방이 오갔고, 온라인 여론은 일본 전범 기업 상품 불매 운동으로 옮겨붙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 아이돌 그룹 멤버를 퇴출하라는 극단적 주장과 일본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2016년 미셸 오바마의 명연설(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을 다시 꺼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 ‘궤변’을 이어가는 아베 정부에 단호히 대응하되, 엉뚱한 데 분노를 쏟지는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베 정부에 맞서 ‘품위 있게’ 싸움을 벌이는 이는 일본 안에도 있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사실 증언을 처음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기자(현 사장)는 자신의 보도를 날조라고 공격한 일본 내 우익 인사들과 현재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고 있다. 2014년부터 진행된 우익의 공격은 아베 정부의 역사수정주의와 궤를 같이한다고 한다. 7월2일 열린 재판에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해직언론인 이부영 전 의원(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과 임재경 전 부사장 등 한국의 원로 언론인들이 함께해 우에무라 기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블라블라
미러링 사회사
촛불집회로 보수 정권이 탄핵된 뒤 자신을 ‘약자화’하는 보수주의자들도 ‘미러링’을 갖고 왔다.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의 말은 “이번주 내에 몽골 텐트를 네 동 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들이 천막을 친 이유는 지난 5월 조 공동대표의 말에 잘 드러난다. 그는 “지난 5년간 세월호 천막은 광화문광장에 있었다”고 말했는데 이 세월호 천막을 따라 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광화문광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포승줄로 묶인 조형물과 단두대, 비아그라 소품 등 그야말로 저주의 굿판이 난무한 선동의 광장이었다”라며 “폭력을 행사해 강제 철거를 시도하면 광화문광장에 박원순 단두대를 설치하고 포승줄에 묶인 박 시장 조형물을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똑같이 하겠다는 말이다. 서울시는 세월호 천막은 국가가 허락했던 것이라고 강변했다.
미러링은 미러링을 부른다. 서울시는 우리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광장의 천막을 철거한 틈에 135개 대형 화분을 놓았다. 1997년 여의도광장을 공원으로 바꾸던 때 정권이 두려워했던 것은 ‘사람 많이 모이는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비열한 역사는 학습이 쉽다.
미러링은 보수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문화방송(MBC)은 2017년 고용했던 아나운서가 적법한 절차로 뽑힌 직원임이 확인됐음에도 ‘파업 대체 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일을 주지 않고 있다. 보수 정권 10년 동안 피디들을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일에 발령낸 것에 대한 ‘미러링’이다. 어떤 피디는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기도 했고 드라마를 만들던 피디는 갑자기 자택 대기를 명령받기도 했다. 거울을 보며 참회했던 윤동주는 어디 없나.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 퇴진’ 이름 내건 교수 3천명…군사독재 시절만큼 함성 커졌다
“김건희 개목줄” 해명 회피하는 한동훈…판 키우는 ‘런동훈’
‘윤 부부 비방 글’ 논란, 한동훈은 왜 평소와 다른가? [11월22일 뉴스뷰리핑]
조국혁신당 “대법 파기환송 기대…흔들림 없이 할 일 할 것”
‘박정훈 무죄’ 탄원 3만명 돌파…“권력 빌붙은 군검찰에 국민 분노”
‘미국 최고 의사’ 김의신 “암환자에 좋은 음식 따로 없으니…이걸 하세요”
“박정훈 무죄” 탄원, 하루도 안 돼 1만5천명 서명 돌파
3㎞ 흐르는 ‘용암 기둥’…새 화산 폭발한 아이슬란드
“대통령 술친구 이긴 ‘김건희 파우치’…낙하산 KBS 사장 선임은 무효”
민희진, 하이브와 소송전 개시…‘뉴진스 표절’ 논란 김태호 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