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0호 특집2 ‘아르콘 비즈니스, 수사를 촉구한다’는 고대권 전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아르콘) 이사의 실명 기고가 무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터질 게 터졌다”는 자조의 소리를 넘어, 아르콘 사태에 뒷짐지고 있는 ‘침묵의 거버넌스’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고 전 이사는 기고문이 나간 뒤 과 다시 만나 “아르콘 의혹이 제기되는 동안 문화체육관광부는 침묵했다. 이제 도종환 장관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호 ‘아르콘 또 특혜 시비’ 기사에서 ㅊ씨란 익명으로 경기 스타트업캠퍼스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최도식씨도 실명 고발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허 이사장이 사적 이익을 고집하는 것이 아르콘 사태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고 전 이사와 나눈 대화부터 전한다.
“아르콘은 이미 비영리계 권력” 아르콘 사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실명을 걸고 나선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용기를 냈나.(쿨한 목소리로)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기고를 결심한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아르콘 스캔들’의 징후를 이전부터 느꼈지만 뚜렷한 문제 제기를 못했다. 물증이 없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 사태에 연루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그사이 문제는 더 커졌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고를 쓴 뒤 응원해주는 분이 많았다. 비영리 생태계 특유의 건강함을 느꼈다.
무엇이 아르콘 사태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나.침묵의 거버넌스가 가장 큰 문제다. 아르콘에서 생긴 여러 스캔들의 종국적 책임은 허인정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들이 져야 한다. 아르콘에서 일어난 다양한 의사결정은 이사회의 의결이나 동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들은 아르콘 스캔들 이전과 이후 모두 침묵하고 있다. 이사회만이 아니다. 아르콘과 협력하거나 지원했던 기관과 기업이 아르콘과 형성했던 거버넌스도 돌아봐야 한다.
지원금이나 기부금을 비영리조직에 준 것만으로 기관이나 기업이 자기 역할을 다 했다고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비영리조직은 아르콘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면 지원 기관과 기업에 어마어마한 제재를 당했을 거다. 그러나 아르콘은 이미 비영리 부문의 권력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쉬쉬한다. 아르콘 사태의 본질은 이런 침묵의 거버넌스다. 무언가 저질러졌는데, 책임 있다고 나서는 이들은 없다.
아르콘만의 문제인가.아르콘은 기업이나 행정부처에 일종의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끌어들인 기부금을) 사유화한 아주 특이한 사례다. 최순실의 미르재단과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아르콘과 비슷한 행태는 1인이 군림하는 영리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 고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는 디자인회사 ‘모래알디자인’을 설립한 뒤 세모그룹 계열사인 ‘다판다’로부터 다달이 컨설팅 명목의 비용을 받았다. 그리고 ‘모래알디자인’의 돈을 다시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와 자신의 개인 업체로 보냈다.
비영리의 사유화를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할 사회적 감시 장치에 큰 구멍이 났다. 감독 당국인 문체부도 미적거린다.민간의 자발적인 공익활동에 행정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거리는 ‘책임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문체부는 지금 책임 범위를 착각하고 있다. 아르콘에 대한 의혹이 여러 경로로 제기되는 동안 문체부는 무엇을 했나? 제2의 최순실 사건처럼 흘러가고 있는데, 문체부는 이를 수수방관할 것인가? 더 늦기 전에 도종환 장관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낙연 총리가 말했듯 공직자에겐 설명의 의무가 있다. 이렇게 의혹이 제기되는데, 사건의 실상을 설명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사건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계획이라도 밝혀야 하지 않나.
“스타트업 모르면서 사익 고집”20대 최도식씨에게도 아르콘은 불가사의한 존재였다. 그는 지난해 창업을 꿈꾸며 아르콘이 운영을 맡고 있는 스타트업캠퍼스를 찾았다. 대표 교육프로그램인 시그니처 코스(16주 과정) 3기 교육을 받다가 8주 만에 실망해 중도포기했다. 그는 실명 비판에 나선 이유를 “아르콘이 스타트업캠퍼스를 운영하며 경기도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한테서 많은 돈을 기부받았다는 사실을 선수(교육생)들은 알고 있는데, 교육 내용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내부를 유심히 들여다봤고, 내가 직접 경험한 실상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 기사를 보고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와 대화를 나눈 스타트업캠퍼스의 직원들도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고 했어요. 도대체 막대한 돈이 어디로 갔나요? 경기도 청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세운 시설을 갖고 허 대표의 사적 이익을 고집했던 것이 아르콘 사태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은 제1200호 특집2 ‘아르콘 또 특혜 시비’ 기사에서 아르콘은 2016년 9월 위법 소지가 큰 단독입찰 방식으로 스타트업캠퍼스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허 대표가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허 대표가 스타트업을 잘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본인이 총괄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여러 개잖아요. 그러다보니 경기도 성남 판교에 상주하지 않았어요. 어쩌다 선수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비영리기업과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지라’는 말을 주로 했어요. 어떻게든 창업 기회를 잡아보려는 저희한테는 한가하게 들리는 거죠.”
그는 허 이사장을 추천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도 “친분에 따라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사업자를 선정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란 쓴소리를 날렸다. “아르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세요. 그들의 비전을 보면 스타트업과 어울리지 않아요. 스타트업 비전문가한테 스타트업 교육을 맡긴 거예요.”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에 참여한 한 인사도 2월 말 기자한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아르콘의 허 이사장과 함께 일하면서 불투명하고 이상한 게 참 많았다. 기사를 보고 용기를 냈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직원들한테 미션 페이를 요구하면서 본인이 과도하게 누렸다는 것이, 가장 화나는 일이에요. 구조적인 문제를 뿌리뽑을 수 있도록 보도를 이어가주세요.”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아르콘 수수방관하는 문체부
엄정 감사 뒤 수사 여부 판단해야
아르콘(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사태를 둘러싼 보도와 실명 비판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주무 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수방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체부는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정현 문체부 문화예술교육과장은 “아르콘에서 2월19일 자료를 보내와, 담당 사무관이 이제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아르콘 사태를 처음 보도한 것이 1월8일이니, 아르콘 쪽 자료를 받는 데만 한 달 열흘 이상 허비한 셈이다. 130억원의 기부금을 제공한 롯데면세점 역시 답답함을 호소한다. 롯데면세점 대표가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의 공동파트너인 서울 성동구청 쪽에 아르콘의 투명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게 지난해 5월이었다. 그 민원이 문체부로 이첩된 것은 그로부터 또 여섯 달이 지난 지난해 11월이었다. 아르콘 사태가 성동구청 서랍에서 여섯 달, 문체부 책상에서 석 달 이상 처박혀 있었던 것이다.
감사 범위에 대해서도 문체부 쪽은 “정관 위반 사항이 없는지, 서류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밖에 없다. 곤혹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허인정 이사장의 내부거래 의혹 등을 문체부가 직접 나서 밝히기 어렵다고 처음부터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비영리 전문가들은 “문체부가 비영리 권력의 부조리를 엄정하게 감사한 뒤 자금 추적 등이 필요한 부분은 검찰과 국세청으로 넘기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관 위반뿐 아니라 법 위반 사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3항은 공익법인의 내부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사실이 확인되면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된다. 법인세법의 지정기부금 관련 조항도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내부거래로 인해 공익법인에 손실을 끼쳤다면 형법상 횡령·배임죄도 적용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문체부가 엄정하게 처리해 주기를 몇달째 기다리고 있다.”면서 “복잡한 그룹 사정 때문에 조용히 풀어가려 했지만, 이제는 아르콘을 형사고발하는 것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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