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억5천만원. 정부가 2016년 3월 주민 116명과 시민단체 5곳을 상대로 내건 구상권 소송의 규모다. 이들의 반대로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지연돼 국가가 손해를 봤으니 이를 물어내라는 논리였다.
찬성·반대 주민 감정의 골 여전그로부터 21개월이 지난 12월13일,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소송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구상권 청구 소송 취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법원의 강제 조정안이기도 했다. 정부는 “갈등과 치유, 국민 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은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제1168호(2017년 7월3일치) 표지이야기에서 강정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101명을 전수조사했다. 설문 답변서에서 주민들은 “마을이 깨졌다, 국가가 나서라”고 절박하게 외쳤다.
아직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의 흔적을 간직한 강정마을에는 마을 자치의 중심축이 되는 마을회·부녀회·청년회뿐 아니라 동갑들의 친목모임 ‘갑장회’ 등 수많은 계모임이 있었다.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 5월, 마을에 있던 모임 수는 총 221개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7년 6월 현재 150개밖에 남지 않았다. 60대 이상 계모임 수는 10년 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주민들은 마음에 상처를 가장 많이 준 대상으로 국방부(27명·26.7%)를 선택했지만, 마을 주민(19명·18.8%)을 꼽는 이도 적지 않았다. 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마을이 찬반양론으로 깨지며 서로를 향한 증오가 싹튼 것이다. 그 결과, 반대 주민이 다니는 식료품 가게에는 찬성 주민이 다니지 않게 됐다. 특정인과 눈도 마주치기 싫어 걷지 않고 자동차로 움직인다는 주민도 있었다.
삶의 만족도도 크게 떨어졌다. 절반 넘는 주민(54명)이 예전보다 삶의 질이 “낮아졌다”고 답했다. 해군기지 건설로 마을 전체가 공사판이 된 뒤 주민들은 바다로 나가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 때문에 바다를 근거로 삼아 생계를 이어가던 이들의 수입이 줄었고, 숙박이나 요식업에 종사하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구상권 철회를 둘러싸고 한국 사회는 다시 한번 둘로 나뉘었다. 는 정부가 철회 결정을 내놓은 다음날인 12월13일치 사설에서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는 ‘‘불법 시위꾼이 낼 돈 세금으로 메운다”는 기사를 1면 머리로 배치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의외로 차분했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구상권 철회는) 당연히 해야 할 문제였다. 잘 처리되긴 했지만 강정마을과 관련해 진행 중인 587건의 민형사 소송 가운데 이제 겨우 1건이 해결됐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상권 문제 해결을 위해 청와대 관계자가 강정마을을 세 번이나 방문하는 등 정부에서 성의를 보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문제만으로 공동체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0년 강정이 당한 국가폭력 돌아봐야강정마을 주민들은 기지에 드나드는 외국 군함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치워야 하고, 마을이 군사보호구역이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고 부회장은 “궁극적으로 강정마을에서 군과 경찰이 지난 10년 동안 저지른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 조사와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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