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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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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 택배요금 속에 숨겨진 땀방울을 아시나요?

SNS 달군 ‘택배 반송 스티커’가 나온 이유… 건당 800원 수수료 받고 기름값, 보험료, 수리비 등 운영 비용 모두 부담하는 택배기사의 열악한 현실이 문제의 시작
등록 2015-08-12 18:42 수정 2020-05-03 04:28
디지털콘텐츠팀이 기획해 매주 2~3차례 에 싣는 ‘더 친절한 기자들’과 ‘뉴스 A/S’ 가운데 가장 깊고 자세하고 풍부한 기사를 골라 에 싣고 있습니다. 화제가 된 이슈를 기존 뉴스보다 더 자세한 사실과 풍부한 배경 정보를 담아 더욱 친절한 문체로 전해드립니다. _편집자

“택배차량 진입 금지로 택배사들이 배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8월3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진 ‘택배 반송 스티커’에 쓰인 글입니다. “걸어서 배송하라는 아파트 쪽 입장에 해결 방법이 없어 반송 조치한다”는 내용입니다. 왜 아파트에 택배차량 진입이 안 된다는 걸까요? 사건의 앞뒤를 짚어봤습니다.

지난 8월3일 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흔한 택배 반송 사유’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루리웹

지난 8월3일 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흔한 택배 반송 사유’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루리웹

온라인 달군 ‘아파트 갑질’?

SNS와 커뮤니티에서 ‘택배 반송 스티커’가 논란이 되자 누리꾼들은 가장 먼저 해당 아파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아파트는 어디일까요? 누리꾼들은 검색 등을 통해 아파트 입주자협의회와 택배업체 간에 비슷한 갈등을 빚은 적 있는 경기도 수원의 ㅅ아파트, 울산의 ㅎ아파트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들을 갈무리해 퍼나르며 이 아파트들을 당사자로 지목했습니다.

ㅅ아파트 쪽에서는 “(뉴스에 나온) 택배 반송 스티커는 우리 아파트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부인했습니다. ㅅ아파트 관리사무소 쪽은 8월5일 와의 통화에서 “택배차를 포함해 모든 차량을 지하(주차장)로 유도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택배차가 화물을 내릴 수 있는 무인 택배함을 따로 운영하고 있어 배송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문제의 스티커에 포함된 한 국내 택배사도 “현재 ㅅ아파트에선 반송 없이 배송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8월5일 밝혀왔습니다. “논란이 일면서 현재 배송 분쟁 지역들을 확인 중이지만, 비슷한 일들이 요 몇 년 사이 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터라 수년 전 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이 ‘스티커’가 어느 아파트 때문에 만들어졌는지 구체적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비슷한 일들은 수년 전부터 우후죽순 벌어져왔다는 얘기입니다.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의 등장이 빚은 갈등

이런 갈등은 지상에 차량 통행을 막는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지어지면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라고 해서 보행자 안전 및 조경을 강조하는 설계가 최근 몇 년간 고급형 아파트 단지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상은 모두 공원처럼 꾸미고, 차들은 지하도로 및 지하주차장을 통해서만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일부 아파트에선 지상의 길을 아예 보도블록이나 대리석 자재로 덮는 등 인도로만 만들어 차가 다니기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쪽은 모든 차량이 지하 통로 및 주차장으로 통행하고 있어, 택배차량만 예외가 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분양 때 약속과 다르다’는 입주민들의 항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차가 없는 아파트’라고 해서 자녀들이 안심하고 지상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고 입주했는데, 택배차량이 예외가 되어 자주 드나들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지하주차장으로 차량이 통행하게 설계돼 있지만, 대부분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의 높이가 현재 쓰이는 택배차량에 견줘 낮다는 데서 발생합니다. 국토교통부의 법령에 따르면, 주거시설인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층높이 규격은 2.3m입니다. 하지만 현재 택배차량으로 상용화된, 이른바 ‘탑차’라고 불리는 소형 화물차량(1.1~1.5t 트럭)은 대략 2.5~3m 높이의 짐칸을 가진 모델입니다. 운전석 지붕보다 짐칸이 더 높기 때문에 ‘하이탑’이라 불리는데, 대부분의 택배차량이 한 번에 많은 물건을 실을 수 있는 하이탑 차를 선호합니다.

그럼 택배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지하주차장의 층높이를 더 높일 수는 없을까요?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입주민들의 합의를 통해 설계 단계에서 지하주차장 층높이를 높이기로 합의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게 되면 분양 단가가 크게 상승한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는 얘깁니다.

아파트와 택배사 협의 통한 해결, 가능할까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라면, 차는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소방법 등에 따르면, 화재 등에 대비해 소방차가 아파트로 접근할 수 있는 비상로를 확보해야 하며, 비상차량의 통행을 막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비상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의 진입 허가는 관리사무소의 재량입니다. 아파트 안 도로와 주차장은 사유지여서 입주민 간 협의가 있다면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제한할 수도 허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가 사다리가 달린 이삿짐차 같은 경우 관리사무소에 통보를 하고 들어갈 수 있지요. 그래서 비슷한 문제를 겪은 대단지 아파트들은 입주민 간 합의를 통해 택배차량의 진입을 허가하기도 합니다. 실제 2010년 택배차량 진입 금지로 인해 택배기사들이 ‘배송 거부’를 선언했던 경기도 남양주 ㅈ아파트에서는 지상에 택배차량의 진입을 허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혹은 택배사와의 협의를 통해 △무인 택배함 시설 설치 △유인 택배 집하장 설치 △택배차량을 높이가 낮은 차량으로 바꾸기 등 세 가지 정도의 협의점을 찾기도 합니다. 무인 택배함의 경우, 부피가 지나치게 큰 물건 등은 보관이 어렵고, 또 택배함에서 집까지는 고객이 직접 물건을 운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아파트는 따로 관리하는 사람을 고용해 물건을 한 장소에 모아두고, 원하는 가정에 배송을 해주기도 합니다. 당연히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2012년 비슷한 갈등을 겪은 서울 송파구의 ㄹ아파트는 초기에 유인 택배 집하장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관리와 운영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냉동·냉장 식품의 경우 보관과 배송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는 일도 잦았다고 합니다. 결국 ㄹ아파트에서는 유인 택배 집하장을 포기하고, 택배사가 소형 택배차량을 사용해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건당 수수료 800원… 택배업의 열악한 구조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택배회사와 계약한 뒤 수수료를 받는 지입기사다. 배송차량 운영 비용은 물론 배송 책임까지 개인이 져야 한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택배회사와 계약한 뒤 수수료를 받는 지입기사다. 배송차량 운영 비용은 물론 배송 책임까지 개인이 져야 한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그러나 이렇게 택배사가 소형 택배차량을 사용할 경우, 차량 교체 부담이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본인의 화물차나 임대한 화물차로 택배 일을 의뢰받는 ‘지입기사’입니다. 회사에 직접 고용돼 정해진 월급을 받는 형태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서 택배회사와 계약한 뒤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아 소득을 내는 구조입니다. 기름값·보험료·수리비 등 차에 드는 운영 비용은 택배회사가 아니라 고스란히 기사의 몫입니다.

배송 책임도 기사가 집니다. 배송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매겨지는 벌금(페널티)이나 물건을 분실하면 발생하는 보상 책임이 택배기사에게 전가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택배회사가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에게 분배해주는 배송 수수료는 건당 800원꼴입니다. 2500원이라는 저렴한 택배요금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기사들에게 한 번 이동에 얼마나 많은 택배를 실을 수 있느냐는 중요한 일입니다. 소형 차량으로 교체할 경우 비용 문제도 있거니와,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짐의 양도 줄어들게 됩니다. 택배기사들이 ‘탑차’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이런 구조에 있습니다. 당장 하루 할당량을 배송할 시간도 부족한데 차량 출입까지 어렵다면 ‘배송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합니다.

2500원 요금 속에 숨겨진 땀방울,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걸까요?

정유경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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