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75) 전 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2015학년도 대입 전형 과정에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교수와 입학사정관들에게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입학하면 뭐하느냐. 졸업 뒤 학교에 기부금도 내고 재단에 도움이 될 남학생을 뽑으라”는 ‘지시사항’을 내렸다는 보도가 5월20일 나왔습니다. 사실이라면 성차별적 학생 선발 시도이고, 대학 입학의 공정성이 무너진 사건입니다.
박용성 전 이사장은 중앙대에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5월15일 스승의 날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출두 자리에서 중앙대 몇몇 학생들이 그에게 카네이션을 건넸다는 점입니다. 이는 두산이라는 재벌 기업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중앙대가 발전하고, 학벌 서열도 더 올라갈 것이라는 인식을 중앙대 일부 학생이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말 그럴까요? 두산은 중앙대의 발전에 기여했을까요? 두산과 박용성 일가가 중앙대에 끼친 해악 6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1. 학교 공사 독점 수주, 매출>출연기금
두산은 2008년 5월 중앙대를 인수했습니다. 박용성 전 이사장은 중앙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뒤 “중앙대 이름만 빼고 전부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두산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중앙대의 건물 공사 독점이었습니다.
두산은 중앙대의 주요 건물 공사를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독점 수주했습니다. △2010년 완공된 기숙사(278억원) △대학병원(145억원) △R&D센터(421억원) △100주년 기념관(999억원) 등의 공사를 맡았습니다. 매출은 모두 2457억원입니다. 반면 대학교육연구소 분석 자료를 보면, 두산이 2009~2014년 중앙대에 출연한 기금은 모두 1580억원입니다. 두산이 학교에 출연한 기금보다 학교에서 가져간 돈이 877억원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앙대 부채가 급증했습니다. 2009년 67억여원 수준이던 고정부채가 2014년 말 672억여원으로 5년 사이 10배가량 뛰었습니다. 반면 두산의 출연금은 해마다 줄었습니다. 대학은 빚을 갚는 데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2. 학교 발전기금도 건설기금으로
학교 운영자금으로 등록금만 끌어다 쓴 게 아니었습니다. 2013년 10월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회의에서 임성준 당시 학장이 “경영학부와 경영전문대학원 발전기금을 건설기금으로 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당시 경영대 발전기금은 18억2248만원이었습니다. 교수들이 반발하자 보직교수들이 “‘이는 (박용성) 이사장의 뜻’이라고 강조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산업창업경영대학 발전기금 7억여원이 건설기금으로 전용됐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쓰라고 기부한 돈을 두산이 수주한 건물을 짓는 데 썼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3. 대학 임대수익도 재단이 가져가
대학이 임대로 얻는 수십억원 상당의 수익을 재단 수입으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중앙대는 △학내에 있는 식당 △매점 △문구점 △서점 △부속병원 편의시설 등으로 매년 수십억원의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엄연히 학교의 수익으로 교비 회계로 처리해서 학교를 위해 써야 합니다. 하지만 2013년 한 해에만 임대료 수익 27억원과 임대보증금 수익 9억원을 재단이 가져갔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재단에 소속된 직원들의 월급 등 인건비는 재단이 부담해야 하지만, 이 역시 학교에서 지급했습니다. 결국 대학 수입은 상대적으로 줄었고, 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등록금에 부담이 됐을 것입니다. 반면 두산이 중심인 재단은 이익을 거두었겠지요.
4. 기부금 100억원도 재단으로
두산이 중심인 재단이 얻은 이익은 또 있습니다. 검찰은 중앙대가 우리은행에 전속 영업권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받은 기부금 100억원을 학교 회계가 아닌 재단 수입으로 잡아 전용한 부분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일에 박용성 전 이사장이 깊이 개입한 책임이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이 혐의가 확인되면 사립학교법 위반인데, 이 역시 학교가 얻을 이익이었습니다. 기부금을 학교가 활용했으면, 학생 등록금을 활용해서 할 일을 기부금으로 대신 써서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었겠지요. 여러모로 학생들에게는 불이익이 될 만한 재단 수입입니다.
5. 구조조정 반대 교수들 “목 치겠다” 발언박용성 전 이사장은 중앙대 총장과 보직교수 등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교수를 가리키며 “악질 강성노조” “불법 노동운동으로 간주”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치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는 방법으로 목을 쳐주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박 전 이사장이 중심이 되어 지난 2월 ’대학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뒤 반발하는 교수와 학생들에게 막말을 한 건데요. 이 구조조정안은 중앙대가 내년부터 신입생의 학과별 모집을 폐지하고 단과대별로 선발한 뒤 3학년 때 전공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이게 왜 문제냐고요?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학과는 별문제가 없지만, 취업이 어려운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쪽 일부 전공은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관련 학문을 중앙대에서 배울 수 없게 됩니다. 대학이 그만큼 교수 운용 등에 비용을 들이지 않겠다는 선언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관련 학문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6. 청소 노동자 탄압…학내 표현의 자유 위축중앙대는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가 교내에서 대자보를 붙이거나 구호를 외치면 1회에 1인당 100만원씩 내게 해달라고 법원에 간접강제 신청을 내기도 했습니다. 중앙대의 이런 모습은 비단 청소노동자를 향한 것만이 아닙니다. 2009년에는 대학 본부를 비판하는 글을 실은 교지 를 강제로 수거했습니다. 2010년에는 학생들의 등록금 고지서에서 ‘교지대 2500원’을 빼면서 교지비를 전액 삭감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교내 학과 구조조정 등에 반대하는 활동을 한 학생들에게 퇴학·무기정학 등 중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학내 표현의 자유가 점점 위축되면서 건강한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거지요. 그러니 두산이 중심이 된 재단이 마음대로 학교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중앙대의 일부 학생은 여전히 두산 재단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앙대 본관에 ‘중앙대를 사랑하는 학생 일동’이 “여러분 대학이나 개혁하세요.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될 거니까요!”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박용성 전 이사장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준 학생들과 ‘중앙대를 사랑하는 학생 일동’은 이 6가지 해악을 알고 있을까요.
이재훈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nang@hani.co.kr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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