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6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와 관련된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같은 ‘최순실 게이트’의 복잡·다양한 뉴스를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국정감사장과 언론을 통해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 소식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0)씨에 대한 의혹입니다. 정씨가 이화여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 주로 나왔습니다.
둘째, 최순실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입니다. 두 재단을 청와대 차원에서 관리했다는 의혹입니다.
셋째, 최순실씨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차은택 광고감독에 대한 의혹입니다.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차 감독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많은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① 딸 정유라씨 특혜 의혹먼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죠. 정씨가 지난해 체육특기생(승마)으로 입학할 때 이화여대가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이화여대는 정씨 입학 시점에서 전에 없던 승마 항목을 신설했습니다.
또 면접 당시 입학처장은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지시합니다. 응시생 가운데 금메달을 딴 이는 정씨가 유일했기에 사실상 정씨를 뽑으라는 의도였다고 당시 면접위원이 밝혔습니다. 정씨의 금메달은 입학 서류 제출 마감 기한인 9월16일 이후에 딴 것이라 서류 전형에서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면접에서 입학처장이 정씨에게 유리하도록 직접 편을 들어줬다는 겁니다.
정씨는 입학 이후에도 계속 특혜를 받습니다. 정씨는 입학 뒤 수업을 거의 듣지 않았습니다. 정씨가 수업에 계속 빠지자 보다 못한 지도교수가 ‘제적될 수 있다’고 경고를 합니다. 그러자 최순실씨가 다음날 직접 학교에 찾아가 지도교수를 바꿔버렸습니다.
물론 정씨는 제적당하지 않았습니다. 이화여대가 정씨에게 유리하게 학칙을 개정했기 때문이죠. 출석도 하지 않고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아도 정씨는 학점을 이수할 수 있었습니다. 한 교수는 정씨가 전자우편으로 과제물을 제출하면서 실수로 파일을 첨부하지 않았는데도 “네, 잘하셨어요”라는 칭찬을 남겼다는군요.
정유라씨는 해외 훈련에서도 특혜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유럽 승마 전문지들이 ‘삼성이 독일의 한 승마장을 샀다’고 보도하면서 삼성이 최순실씨 딸을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죠. 그런데 최근 JTBC 보도에 의하면 해당 승마장을 문구류 업체 모나미의 대표가 사들였다고 합니다. 승마장의 가격은 28억원입니다. 승마장을 인수한 티펙스라는 모나미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5억원가량인데, 이에 비하면 28억원은 지나치게 비싸죠.
공교롭게도 모나미가 승마장을 인수하기 사흘 전, 삼성에서 99억원대 일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이 모나미를 통해 독일 승마장을 인수해 최순실씨 딸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② 미르·K스포츠재단 청와대 관리 의혹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을 보겠습니다. K스포츠재단의 이사장이 최순실씨가 다니는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죠. 이렇게 최순실씨가 연관된 두 재단이 맡은 사업에는 유난히 K로 시작되는 것이 많습니다. K밀, K스피릿, K타워, K에이드 등입니다.
이 가운데 K스피릿은 태권도 시범단인데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동행했습니다. 원래는 국기원이 동행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갑자기 K스피릿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야당 의원들은 “K스피릿은 대학 동아리 수준의 실력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하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란 문화교류 사업인 K타워의 경우 국무회의 보고용으로 작성된 문서에 “이 프로젝트가 대통령 관심사로서 적극적인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나머지 ‘K 시리즈’ 사업 모두 대통령의 해외순방과 연결됩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청와대 차원에서 관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국감에서는 두 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개입이 있었다는 내용의 육성이 공개됐습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가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다 얘기해가지고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할당을 해가지고 그래가지고 (모금을) 한 거다”라고 얘기한 겁니다.
미르재단의 성격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정부(청와대)와 재계(전경련)가 주관하는 법인 설립 추진”이라고 쓰여 있는 대기업 내부 문건도 발견됐습니다. 지난 10월10일에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정부가) 이미 재단법인 ‘미르’라는 것을 만들고,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이미 450억을 내는 것으로 해서 굴러가는 것 같다. 기가 막힌 일”이라고 한탄하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여전히 두 재단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③ 차은택 광고감독 특혜 의혹이제 마지막 ‘차은택 게이트’로 가보겠습니다. 최순실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 감독과 관련된 의혹은 또 다른 ‘게이트’로 불릴 정도로 방대합니다. 우선 차 감독은 미르재단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차 감독의 광고업계 선배가 대표로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업체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각종 사업을 주로 진행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 K시리즈 사업’을 대부분 이 업체에서 맡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차은택 감독이 운영하는 아프리카픽쳐스 사람들이 플레이그라운드가 생기면서 일부 이동했다. 또한 지난해 미르재단이 설립되면서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파견 형식으로 미르재단 명함을 파고 일했다”고 말했습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 3월 대통령의 해외순방 행사와 관련해 15억원대 국고보조금을 신청하면서 ‘이상한’ 이력을 기재하기도 했습니다. ‘의료재단의 소녀 보건 동영상 제작건’이라는 이력인데, 알고 보니 이 사업은 두 달 뒤인 5월에 계약할 사업이었습니다. 계약도 하지 않은 사업을 ‘이력’으로 넣은 것입니다. 자신들이 이 일감을 따낼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차은택 감독은 이외에도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K스타일허브 사업(한류 체험 등)은 원래 예산이 26억원이었는데, 차 감독이 담당자로 오면서 171억원짜리 사업이 됐습니다. 또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동안 KT 광고 47편 가운데 차 감독이 관여하는 회사에서 26편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예정에 없던 1억3천만원짜리 광고를 만들었는데, 이 광고를 차 감독의 회사가 입찰 절차 없이 수주했습니다. 차 감독이 관여한 또 다른 회사는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의 홈페이지를 모두 구축했습니다.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맺었는데, 수의계약 한도인 2천만원에 맞추기 위해 17곳을 따로 계약하는 편법이 동원됐습니다.
이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순실씨는 정부와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겁니다. ‘최순실 게이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과연 어디까지 갈까요.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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