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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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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서 물어보기’가 우리의 기획”

인구 5만 명인 군에서 4300부 발행하는 <옥천신문> 정순영
전략기획팀장의 고민… <6시 내 고향>보다 에 가까운
지역언론, 지역도 다른 미디어도 열심히 챙겨야
등록 2015-01-15 16:43 수정 2020-05-03 04:27

1989년 9월 지역주민 200여 명의 힘으로 창간된 은 ‘옥천의 조선일보’라 불린다. 2000년대 초반 ‘옥천전투’라 불렸던 조선일보절독운동, 안티조선운동의 열풍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별명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알 것이다. 그리고 인구 약 5만 명인 군에서 신문의 실제 발행부수가 4300부가량이니 실제로 영향력이 강하기도 하다. 이런 이기에 옥천신문사는 지역신문을 만들려는 사람들이나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런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에게 지역은 어떤 의미일까?

조선일보반대운동 한 ‘옥천의 조선일보’

〈옥천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전략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긴 정순영 팀장은 선언만으로는 마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주민들이 뭘 원하는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승우

〈옥천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전략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긴 정순영 팀장은 선언만으로는 마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주민들이 뭘 원하는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승우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화자는 주로 남성이기에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올해로 에서 일한 지 8년차가 되는 정순영 전략기획팀장은 편집국장을 거쳐 지난해까지 편집국의 취재기자로 활동했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학생회, 수업, 과외알바를 쳇바퀴처럼 돌던 이방인의 삶이었기에 옥천신문사에 입사한다는 선택이 마냥 힘들지는 않았고, 대학 때 열심히 다녔던 농활의 경험도 선택을 도왔다.

서울 사람들은 지역언론이라고 하면 TV 프로그램 의 분위기를 떠올린다. 따뜻하고 훈훈한 미담이 신문에 가득할 거라는 편견이다. 물론 취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맞지만 삶의 질과 살림살이가 받쳐줘야 미담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러니 미담이 가능하려면 지역정치나 경제가 건강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지역언론이 보다 <pd>에 가까워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자기 지역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뿐 아니라 다른 신문이나 미디어도 열심히 챙기고 공부도 해야 한다고 정순영 팀장은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 좋은 기사를 써야 그만큼 지역의 인정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지방살이의 어려움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은 기사를 쓸지가 화두이고 8년차인 지금도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더구나 중앙언론은 종이신문에서 종합편성채널이나 팟캐스트 등 다른 미디어로 전환되고 있다. 지역언론 역시 이런 사회변화와 무관할 수 없다. 정순영 팀장은 지역언론의 변화가 내부의 기획보다 ‘나가서 직접 물어보기’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다. 주민들이 보는 신문이고 누가 우리 신문을 보는지 뻔히 아니까 그래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중앙일간지와 달리 지역신문 기자의 무게감과 책임감은 남다르다고 한다. 신문에 대한 독자의 사랑과 비판도 아주 가깝다. 동네가 좁다보니 새벽에 신문을 마감한 뒤 뒤풀이를 갔다가 기사에서 다뤄진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만큼 가깝기에 자기 기사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계속 일하고 싶은 회사 만들기

중간에 떠나고 싶었던 때나 여성으로서 힘든 일은 없었을까? 정순영 팀장은 보통 이직을 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거나 동료와의 관계가 나쁘거나 경제적 문제 때문인데, 그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한다(월급이 넉넉지 않은 어려움은 있다). 기자들은 신문사 안과 밖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사 작성에만 관심을 두고 기사에 대한 의견도 서로 허물없이 교환한다. 막내기자이니 선배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문화도 없다. 이런 의 경험을 보면 지역언론의 성공과 실패가 정확성·신속성·분석능력 같은 부분에 달려 있지만 오래 지속되려면 내부의 조직문화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 지방의 문화가 가부장적이라는 점은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미혼·비혼 여성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 같다. 옥천에는 그런 문화가 없었을까? 정순영 팀장은 그런 문화가 분명히 있지만 의도적인 것보다 왜 문제인지를 몰라서 존재하는 문화가 많다고 얘기한다. 신문사 내에도 그런 문화가 있었고 계속 일하고 싶으니까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조직의 문화가 그런 부분을 대부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신문사 밖에서는 의 이미지가 지역에서 워낙 강하다보니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얘기한다. 정순영 팀장은 기자가 아니었으면 지역에서 여러 불편함을 겪었을 것이라며 청년층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데 지역언론사가 좋은 관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참고로 옥천신문사의 기자들은 모두 외지인이다). 정보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고 기자라는 신분이 일정한 보호막을 치기 때문에 어려움이 적다는 거다.
당장은 지역언론사들의 사정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하기 어렵지만 지역언론의 중·장기적 과제가 될 수도 있다. 수도권을 떠나 지역으로 내려가고 싶어 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일자리이지만 경험하지 못한 지역사회와의 거리 조절은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될 것 같은 지역사회의 거리는 이주민에게 큰 부담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사회와 거리를 두며 찬찬히 관찰할 수 있는 ‘신분’은 꽤 매력적이다. 생각해보면 신문사에 꼭 기자만 있으라는 법이 있을까. 수도권으로 청장년층이 집중되는 현실을 볼 때, 지역이 살아야 지역언론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 사례를 취재할 뿐 아니라 사례를 실행할 사람도 필요할 듯하다. 지역언론이 그런 실험을 자극하는 실험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순영 팀장이 취재기자에서 벗어나 신문사의 전략기획팀으로 옮긴 것도 그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농민기본소득’이 현실적 방법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타향 생활이 좀 허전하지 않을까? 의외로 정순영 팀장은 그런 면이 없단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을 보면 뭘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고 바빠서 서로 만나지도 못한다. 그런데 자신은 보고 싶으면 서울로 가면 되니 실제 친구들을 가장 많이 만난다고 한다. 마감하는 날을 제외하면 딱히 야근이 없고 읍내에서 이동하는 시간도 10분 이내이니 더 여유롭다. 그러니 영화 보고 여행 가고 책도 보고 집에서 조용히 있기도 하고 선택지는 더 넓다. 크게 돈 쓰는 일은 못하지만 여유는 있다. 지방의 시간이 훨씬 더 여유 있기에, 갑갑함을 공간이 아니라 시간으로 따진다면 수도권이야말로 숨 막히는 곳이다.
지역신문 기자가 생각하는 마을은 어떤 곳일까? 지역/마을/공동체, 온갖 ‘만들기’가 유행하지만 그런 선언으론 불가능하고 주민들이 뭘 원하고 무엇에 행복해하는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마을과 관련된 정책은 그것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향해야 한다. 정순영 팀장은 농촌과 관련된 많은 기획들을 취재하고 실제 사업에도 관여했지만 회의만 생겼다고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농민기본소득처럼 월급을 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사업을 하면 누군가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데, 먹고살게 해주면 자립할 토대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빙고, 정답이다.

하승우 땡땡책협동조합 땡초</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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