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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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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출근, 이사 연봉 6천만원?

함께일하는재단의 공공성 회복 위한 노동조합의 사투…
시민 성금으로 설립됐지만 개인 재단과 다를 바 없이 운영돼,
마을과 연대를 위해 재원 사용하는 재단에 많은 관심 필요
등록 2015-03-20 17:30 수정 2020-05-03 04:27

함께일하는재단노동조합의 김창주 위원장은 지금 정직 중이다. 김 위원장은 “재단의 유지 발전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해”라는 문구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심각한 범죄에 쓰는 표현인데, 노동자가 재단에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걸까? 더구나 이 징계 결정은 재단과 노조가 함께 노력하자며 단체협약을 체결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내려졌다. 그리고 함께일하는재단은 사회적 경제나 마을사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좋은 재단 아닌가.

‘금모으기’ 그리고 남은 돈 400억
1인시위를 하고 있는 김창주 함께일하는재단노동조합 위원장. 함께일하는재단노동조합 제공

1인시위를 하고 있는 김창주 함께일하는재단노동조합 위원장. 함께일하는재단노동조합 제공

이런 의문을 풀려면 그 기원을 따져봐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금모으기 등 국민성금으로 1142억원을 모금했다. 이 돈을 약 200만 명의 실업자들에게 긴급지원하고 남은 돈 400억원을 종잣돈 삼아 함께일하는재단이 만들어졌다. 기본 자산에 따른 이자 및 수입만 약 32억원(2013년 결산액 기준)에 달하니 기반이 탄탄한 민간재단이라 볼 수 있다.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 누구나 일을 통해 희망을 찾고,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분명한 목적과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활동을 기대할 만한데, 왜 노동조합은 재단에 위해를 가했을까?

2012년 2월27일, 노동조합은 “공익재단으로서의 공공성 회복, 조직 내 의사소통 개선과 민주적 조직 운영, 불안정 고용 및 부당 처우 개선”을 재단에 요구하며 설립되었다. 공공성·민주주의·공정성은 재단이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덕목인데, 이것을 요구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궁금증을 낳는다. 그리고 이 당연한 덕목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1인시위와 옥외집회, 천막농성, 촛불문화제 등 안 해본 것이 거의 없지만 재단이 노조의 요구에 대응해온 방식은 주로 징계였다.

노동조합의 요구를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공공성으로 재단의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 재단자금 사용의 문제점은 2014년 1월 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에 요청해 실시한 감사에서 드러났고, SBS를 비롯한 여러 방송매체에서 공론화된 사실이다. 감사에서는 “국외출장 여비 지급 기준 등 개선 필요” “운영진의 법인카드 사용 투명성과 명확성이 매우 미흡한 수준” “채용 관련 업무 부적정” “계약직 직원의 급여 책정 부적절” “각종 지원사업 대상자 선정 부적절” 등이 지적되었다. 특히 전임 상임이사, 현 상임이사, 현 사무국장 임시대행 세 사람이 지난 3년 동안 사용한 법인카드의 69.9%가 사용 목적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났다. 투명성이 강조되는 요즈음, 재단만이 아니라 정부, 기업, 단체,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긴 이유는 재단의 운영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그게 업무라면 하루 18시간 근무”

설립 초기에는 시민성금으로 세워진 재단이니만큼 다양한 시민사회 관련자들이 참여했는데, 여러 갈등을 겪으며 대부분 재단에서 빠지고 지금은 기업이나 보수단체 쪽 사람들이 다수이다. 결정 권한을 가진 이사회나 운영위원회가 재단의 목적을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임이사와 사무국장이 결정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했고, 그랬기에 앞서 지적한 투명하지 않은 재단 운영도 가능했다는 게 노조 쪽 설명이다. 함께 일하는 곳이라면 민주주의는 당연한 원칙일 터인데, 그런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당노동행위. 충분한 자산을 가지고 모금활동을 하는데도 재단은 2010년부터 비정규직을 채용해왔고, 그러다보니 지금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다. “일을 통해 희망을 찾는다”는 재단이 고용불안을 유발하는 비정규직을 채용한다니 모순 아닌가. 외부에 컨설팅을 할 때는 민주주의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내부에서는 그와 어긋난 방침을 고집해왔다. 그리고 재단은 노조가 만들어진 뒤 노조원들을 계속 해고하거나 징계해왔다. 이런 징계나 해고의 부당함은 첫 해고자에 대한 서울고등법원과 대전지방법원의 원직복직 판결로 이미 증명되었다. 그럼에도 재단 쪽은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거부하고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1억원이 넘는 돈을 소송비용과 원직복직 명령 이행강제금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재단의 상황을 내세워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도 재단의 상임이사는 하루에 1시간 출근해 결재를 하고 6천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국민TV가 이 사실을 보도하자 재단 쪽은 상임이사가 출근하지 않아도 유·무선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외부 행사도 한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는데, 뉴스 앵커는 그 요청을 거부하면서 “그런 것까지 하루 근무로 치자면 저는 하루 18시간은 근무하는 것 같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함께일하는재단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지탄을 받던 비리 인사들이 아니다. 재단 이사장과 전·현직 상임이사, 사무국장은 시민운동 내에서 상당한 역할과 지위를 누려온 사람들이고 노동 문제에서도 진보적인 의견을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고용노동부 감사가 문제점으로 지적한 사안들에도 바로 이런 인물들이 연관되어 있다. 밖으로는 정의로운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왜 자기 조직 안에서는 부조리한 행동을 일삼을까?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뒤 관련자들이 내놓은 답변은 법인카드의 사용처를 기록하지 않는 게 관행이었고 감사에서 지적된 금액을 반납했으니 상관없다는 것이다.

재단의 문제점이 노동조합의 활동과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뒤에도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그동안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외려 문제의 핵심이었던 사무국장은 징계나 해직을 당하기는커녕 감사실장이라는 직위로 옮겨갔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재단 결정권은 ‘경영권’?

함께일하는재단은 몇몇 개인이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재단이니 그 자산은 시민의 공적인 자산이다. 그런데도 소수의 사람들은 재단의 결정 권한을 자신들의 ‘인사권’ ‘경영권’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재단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외부로 알려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던 노조위원장일까, 징계를 남발하며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재단 쪽일까?

지금도 김 위원장은 “우리가 그때 잘 싸웠어야 했는데”라며 재단을 떠나야 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인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왜 노동자들이 이렇게 안타까워해야 할까?

요즘 재단은 내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그것 때문에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정규직까지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 살림을 쪼개 성금을 냈던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재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 마포 지역의 여러 단체들도 이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재단의 많은 자원이 몇몇 사람보다 공익과 정의, 마을과 연대를 위해 사용될 때까지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땡땡책협동조합 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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