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MBC를 국민의 품으로”

40여 개 론·시민사회단체들 ‘MBC 공대위’ 발족… MBC 보도 집중 모니터
링팀 구성·<뉴스데스크> 광고기업 명단 공개 등 통해 MBC의 ‘오늘’을 알리고
‘공공성 회복’ 위한 활동 펼칠 것
등록 2014-12-19 18:16 수정 2020-05-03 04:27

머리가 희끗한 언론인들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12월9일 오전 11시. 39년차 해직기자 김종철(70)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이 말했다. 그는 1975년 동아일보에서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참담한 마음이 듭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노동조합을 결성한 뒤 공정방송 운동에 가장 앞장섰던 MBC가 유능한 기자·프로듀서·아나운서들을 해고하거나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곳으로 유배하는 비인간적 장소로 전락한 것이 매우 가슴 아픕니다.” 장행훈(77)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언론광장 공동대표)도 말했다. “언론인이 된 지 55년째입니다. 유신 이후부터 KBS 뉴스 대신 MBC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안 봅니다. MBC가 내가 알던 방송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MBC의 상황은 독재체제와 다름없습니다. 이 방송을 그대로 두는 건 민주주의의 후퇴입니다.” MBC의 오늘이 유신의 그것에 견줘지고 있다.

비겁이 생활화돼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12월9일 열린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한겨레 김성광 기자

지난 12월9일 열린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한겨레 김성광 기자

이날 MBC의 문제를 여론화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공공성을 회복하도록 하기 위한 40여 개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의 연합체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공대위)가 발족했다. MBC공대위는 “신천교육대 유배로부터 농군학교 입소 교육, 최근 폭로된 저성과자 해고 시도에 이르기까지 MBC 양심세력에 대한 경영진의 탄압은 집요하기 이를 데 없다”며 “민주화 이래 MBC가 쌓아온 비판 언론의 전통은 낙하산 체제와 함께 산산이 무너졌다”고 MBC의 ‘오늘’을 진단했다.

MBC공대위는 “MBC를 향해 들끓던 분노도 체념과 외면으로 싸늘히 식어가고 있”지만 “권력이 짓밟은 MBC를 국민이 일으켜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12월16일부터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전국 20개 MBC 사옥 앞에서 ‘매주 화요일은 전국 MBC 앞에서 화내는 날’ 캠페인을 동시 진행한다고 밝혔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MBC공대위가 트위터 등을 통해 배포한 1인시위 피켓을 내려받아 직장·가정에서 인증샷을 찍어 보내면 캠페인에서 운영하는 포토존에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그 외 청년을 위한 해직언론인 특강, MBC 보도 집중 모니터링팀 구성, 광고 기업 명단 공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적으로 MBC의 ‘오늘’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한다. MBC공대위 공동대표를 맡은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금 MBC는 부역 언론인에 의해 정권의 품 안에 있는 비정상의 상태에 있고 이것을 국민의 품으로, 정상으로 돌려놓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2015년 언론노조의 활동을 관통하는 주요 사업으로 길게 보고 흔들리지 않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장 앞에 마련된 자리에서 공대위 출범을 지켜보며 말했다. “MBC가 이렇게 망가지지 않도록 사장으로 있을 때 제도와 시스템을 다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이 크다. 속죄위원회라도 만들고 싶다. 다만, 저널리스트들도 뼈를 깎는 성찰을 해야 한다. 유신시대 경영진이 권력의 억압에 의해 순응한 측면이 있다면, 지금 경영진과 그 아래 언론 종사자들은 신념에 따라 자발적으로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닌가, 비겁이 생활화돼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

‘노영방송이 그리운 진보단체’

한편 MBC는 공대위가 기자회견을 연 직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노영방송이 그리운 진보단체’라는 제목으로 “이들이 원하는 것은 MBC를 ‘국민의 품’이 아닌 ‘정파의 품’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며 “이들은 결코 국민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며 대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체 의견인 양 MBC를 흔들고 호도하고 비판해왔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