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속에서 논쟁의 진원지로 살아가는 비판적 사상가, 촘스키!
아브람 노엄 촘스키(73)는 미국의 패권적 대외정책에 대한 가장 유력한 비판자의 하나이다. ‘황제’로 불리는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인 그는 미국의 중동정책을 줄곧 비판해왔으며 9·11 테러에 이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지성과 양식에 한 축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발표하는 글마다 거센 논란을 불러온 매우 ‘논쟁적’인 사상가이다. 테러와 전쟁이 맞부닥치는 21세기적 혼돈의 성격을 들여다보는 데 있어, 그가 촉발시킨 논란의 의미를 짚어보는 일은 필수적이다.
‘시끌벅적’한 가족환경
객관적 사실과 자료에 바탕해 쉽고 간결하게 사안의 핵심으로 접근하는 그의 논쟁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많은 경우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비판에 그 비판보다 몇배 되는 분량의 반박문을 되돌려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60년대 후반 촘스키와 ‘언어학 전쟁’이라 불린 학문논쟁을 벌였던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동료 조지 레이코프는 “그는 내가 지금껏 만난 사람 가운데 논쟁에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탁월한 논쟁능력은 개인적 천재성과 함께 가족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촘스키는 1928년 12월7일 필라델피아에서 아버지 윌리엄 예브 촘스키 박사와 어머니 엘시 시모노프스키 사이에 태어났다. 히브리어학자인 아버지는 차르 치하 러시아군의 징집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의 여러 친척들은 여러 방식의 공산주의운동과 연계된 유대인 노동계층에 속해 있었으며, 그는 어려서부터 스페인내전과 시오니즘, 히브리어 부활운동 등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에 접할 수 있었다. 불과 10살 때 그는 스페인내전으로 바르셀로나가 함락당한 사건을 무정부주의 좌파의 시각에서 바라본 흥미로운 첫 논설을 학교신문에 기고했다. 촘스키는 훗날 “유년 시절, 우리집에서는 정말로 흥미롭고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늘 장시간의 토론이 벌어졌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그가 논쟁적 인물로 불리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보다 그가 평생을 시끌시끌한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논란의 진원지로 살아왔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기존의 지배적인 관념에 내재한 오류와 위선, 허위의 성채에 늘 직격탄을 날려왔다. 유대인이면서도 그는 유대인의 단일국가 성립을 반대하고 아랍인과 유대인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팔레스타인 사회주의 국가수립을 주장했다. 미국인이면서도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과 미국 금융자본의 신자유주의 전략, 미국 언론과 지식인의 여론조작에 대해 통렬한 비판의 화살을 꽂는다. 그의 성찰은 개인적 정체성의 뿌리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이다.
언어학과 심리학의 영역에서도 그의 주장은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발본적인 것이었다. 그는 데카르트적 전통에 서서 인간의 언어가 환경과 교육의 산물이기 이전에 선천적으로 주어진 본성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인간의 창조적 이성을 부인하고 언어를 단순한 반복훈련의 결과로 본 스키너류의 행동주의와 극명하게 대립한다. 동시에 인간의 타고난 유전적 본질이란 없으며, 그때 그때 물질적 관계의 단순한 반영에 불과하다고 보는 좌파 반영론자들과도 정면으로 부닥친다. 그는 행동주의와 반영론은 조작과 통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견해라고 비판한다. 조작과 통제에 장애가 되는 모든 도덕적 장벽들을 제거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존재
그의 다양한 논쟁적 문제제기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인식론적 문제의식으로 요약된다. “세계와의 접촉기간이 짧은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가?”(플라톤의 문제) “접근할 수 있는 그렇게 많은 양의 정보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왜 그렇게 아는 것이 없는가?”(오웰의 문제) “수많은 인간의 신비와 인식론의 경계 밖의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데카르트의 문제)
플라톤의 문제는 인간의 본질적 언어능력의 문제와, 오웰의 문제는 미국의 침략행위와 인종차별 등 세계의 사안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왜곡시키는 지배세력의 여론조작 문제와 각각 관련돼 있다. 데카르트의 문제는 그런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의 창조적 통찰에 관한 문제를 일컫는다. 촘스키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이며, 이를 가로막는 모든 장벽은 싸워 깨뜨려야 한다는 확신 위에서 이 세 문제를 하나로 묶어내고 있다.
참조: <촘스키, 끝없는 도전>(로버트 바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그린비 펴냄)은 촘스키의 생애와 학문적 업적을 통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촘스키의 자료는 진보적 월간지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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