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야합을 경멸하는 촘스키, 탈레반 공격에 대해선 어떤 말을 할까
촘스키는 언어학 교수다. 따라서 권력의 본질, 미국의 대외정책, 언론 등에 대한 그의 비판을 외도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촘스키에 대해서는 물론 학문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기인한다. 모든 학문의 공통된 목적은 인간에 관한 연구이며, 이 점에서 학문분야들은 깊이 파고들수록 유기적 연관성을 드러낸다.
“케네디는 위험한 대통령”
그러나 촘스키를 이해하려면 이런 상식에서 좀더 나아가야 한다. 인간에게는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이라는 생물학적 능력이 있어 모든 언어와 이것을 습득하는 방법이 아주 유사하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인이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면 한국인과 똑같이 말을 하며 외국어가 모국어와 아주 다른 것 같지만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유사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촘스키의 구문구조(syntactic structures)는 20세기 언어학의 전환점이 됐는데 이것은 철학, 심리학, 역사학 등 많은 인문사회과학의 기본 가정들에 엄청난 도전이었다. 인간이 누려야할 자유의 본질을 혁명적인 새 시각에서 접근하게 된 것이며 바로 이 점에서 ‘언어학자 촘스키’는 ‘사회사상가 촘스키’로서 인문학의 공통 핵심주제인 인간자유의 문제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촘스키의 정치·언론사상의 핵심은 권력의 본질 비판이다. 그는 모든 형태의 권력- 정치권력, 경제력, 언론의 힘 등- 은 그 자체가 사악하다고 본다. 권력의 남용은 불가피하다. 민주주의의 투사도 권력을 장악하면 남용하고 노동운동가도 일단 권력을 잡으면 반노동세력에 합류하기 쉬운 것은 권력에 내재하는 이런 특질 때문이다. 권력행사의 합법적 도구인 국가는 본질적으로 자유를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흉악범을 다루는 등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는 물론 권력자의 사익 도모 등 불의를 위해서도 통제한다.
국가는 위선적인 권력자들의 집단인지라 작을수록 좋다. 실제로 그는 “최소의 정부가 최선의 정부”라고 말한 토머스 제퍼슨을 높이 평가한다. 반면에 카리스마적인 권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려는 정치지도자를 경멸한다. 카리스마적인 존 케네디를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라고 그는 비판한다. 한 국가의 막강한 권력자가 그렇듯 국제사회에서도 가장 강한 힘을 행사하는 나라가 가장 위험하다. 그래서 초강대국 미국이 “아주 위험한 대통령”을 두었을 때 해외에서는 수많은 사악한 일들이 저질러진다. 케네디 정부는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 등 이른바 ‘행동파 지식인’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예컨대 이들은 1962년 인구의 80% 이상이 살고 있는 남부 베트남 농림지역을 폭격하고 고엽제를 뿌려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남미와 중동에서도 미국은 추악한 전쟁을 계속한다. 여기서 선악을 구별하는 잣대는 자유나 정의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이다.
정치권력와 언론의 갈등은 ‘쇼’
촘스키는 자기에게 찬사를 보냄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신문과 방송이 정치권력과 결탁해 파워엘리트의 특권적 이익을 도모한다고 비판한다. 정치권력과 또 하나의 파워엘리트 조직인 언론의 갈등은 ‘쇼’에 불과하다. 워터게이트사건에서 언론은 권력의 충실한 감시견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사실상 담합이다.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미국이 떠들썩해진 동안 그 이면에는 더 큰 부정을 감추기 위한 음모가 있었다. 언론이 정치권력을 진정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느끼도록 언론은 자신을 포함한 권력엘리트들의 특권보호에 “필요한 환상”을 만듦으로써 지능적으로 “합의를 제조”한다. 특권세력 안에도 갈등은 있게 마련이어서 언론과 권력 관계는 잠시 불편해지기도 하지만 좀더 큰 그림을 살피면 언론은 특권집단의 선전도구라고 그는 지적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촘스키는 최근의 테러와 미국 대외정책의 모순, 그리고 언론의 선동선전 모두를 다 비판할 것 같다. 또 미국은 탈레반 공격을 중단하는 대신 일부 문제의 이슬람권 국가들과는 상대하지 않는 ‘선별적 고립주의’의 채택과 대테러 안보를 강화하라고 주문할 것 같다. 이것이 “내 나라 미국을 사랑한다”고 항상 말하는 그의 처방으로 맞아보이기 때문이다.
안영섭/ 명지대 교수(정치학·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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