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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위기를 보는 좁은 시야

등록 2001-12-05 00:00 수정 2020-05-02 04:22

브레너 경제이론에 대한 비판… 장기침체는 ‘경쟁’이 아니라 발전모델 문제로 봐야

경제위기의 원인에 관한 정치경제학의 설명에는 이윤율 하락에 초점을 맞추는 위기론과 실현곤란(즉 판매부진)에 초점을 맞추는 위기론이라는 두 가지 계열의 위기론이 존재해왔다. ‘이윤율 하락에 따른 경제위기’론에는 자본구성 고도화 가설, 이윤압박 가설, 생산성 위기 가설 등이 있다. ‘실현곤란에 따른 경제위기’론에는 과소소비설과 불비례설 두 가지가 있다.

순환적 위기 분석에 적합한 이론틀

브레너는 197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는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를 이러한 기존의 위기론들과 다른 시각에서 해명하고자 한다. 브레너의 세계경제위기론은 크게 보면 이윤율 하락에 따른 경제위기론 계열에 속하면서도 이윤율 하락의 원인에 관해서는 기존의 세 가설과 다르다.

브레너는 국제경쟁의 격화 속에서 기업들이 도입하는 비용절감형 기술이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을 초래하고 이것이 제품가격을 하락시켜 이윤율을 하락시키고 그 결과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잉생산의 원인을 과소소비가 아니라 국제경쟁의 격화에서 찾는다는 점, 자본간 경쟁이 자본구성의 고도화가 아니라 제품가격을 하락시킨다고 보는 점, 생산성 위기가 수익성 위기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수익성 위기가 투자를 위축시켜 생산성 위기를 가져온다고 보는 점 등에서 브레너의 경제위기론은 기존 경제위기론의 추론과 구분된다.

브레너의 경제위기론은 1950년∼60년대 말의 장기상승과 70년대∼현재의 장기침체라는 구조적 위기를 다루면서도 단기적 성격을 가지는 순환적 위기 분석에 적합한 이론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장기상승과 장기침체와 같은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파동은 기술혁신 요인과 함께 제도적 요인 혹은 구조적 요인을 함께 고려한 이론틀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조절이론의 견해처럼 2차대전 이후 현 시기까지의 선진자본주의는 포디즘적 대량생산 발전모델의 성립과 해체, 그리고 새로운 발전모델의 등장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시각에 의하면, 70년대 이후의 선진자본주의 혹은 세계경제의 위기는 포디즘적 발전모델의 위기라는 구조적 위기의 성격을 가지고, 현재 지속되고 있는 장기침체는 낡은 발전모델은 해체되었지만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발전모델이 아직 성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현재 등장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자본주의’에서의 ‘금융주도 축적체제’는 매우 불안정하고 불평등하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가능한 발전모델로 정착되기 어려울 것이다.

신경제의 잠재력 과소평가

한편 브레너의 과소평가와는 달리, 디지털경제와 지식기반경제로 집약되는 ‘신경제’는 세계자본주의에 새로운 축적기반을 제공함으로써 장기침체에서 장기상승으로 전환시킬 잠재력을 가진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신경제’에도 호황과 불황이 교체되는 순환적 위기가 나타날 것이고 마침내는 구조적 위기가 닥칠 것이기는 하지만.

브레너의 경제위기론의 실증적 문제점은 1970년대 이후 그가 경제위기의 핵심요인으로 파악하는 제품가격 하락추세에 관한 자료가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위기론의 현실적합성에 결정적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따라서 그의 경제위기 가설은 입증되지 못하고 더욱이 다른 가설들을 결정적으로 기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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