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국가적 정치학은 죽었다…‘제국’을 변혁의 조건들로 역전시키는 ‘대안적 지구화’의 정치학
21세기 벽두에 출판된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이 주장하는 것은 길게는 1968년 이후부터, 짧게는 1989년 이후부터 프롤레타리아 혁명운동이 놓인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프롤레타리아가 노동계급으로부터 복수적이고 혼성적인 다중(multitude·책에선 대중으로 번역)으로 자신을 재구성하면서 초래된 것이며, 20세기에 부르주아 정치학과 혁명적 정치학이 공유해온 ‘영토에 기초한 민족국가적 정치학의 일반적 종말’을 함의한다.
반지구화 운동도 민족국가의 관점
사회민주주의 좌파의 레닌은 중도파인 카우츠키의 초제국주의론을 비판하면서 20세기 벽두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생산의 집적과 독점 및 금융자본으로 인해 민족국가간의 심각한 갈등을 내포한 제국주의이며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라고 보았다. 그가 보기에 제국주의는, 민족국가적 주권이 위기에 처한 지역인 ‘약한 고리들’에서부터 시작될 프롤레타리아 사회혁명의 전야였다. 그가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역전시키자고 주장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레닌이 일국 사회주의자였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혁명전략의 핵심을 국가권력 장악에 두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종속이론과 세계체제론은 또다른 의미에서 국가권력 장악을 자신의 핵심에 둔다. 이들은 중심과 주변의 구조적 종속관계를 통해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정의하는데, 그것의 주된 전략은 주변국 민중의 힘으로 주변부가 이 구조적 종속관계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며 그 탈출의 방법은 독립된 민족국가 건설을 이루는 것이다.
의회를 통한 이행의 전략을 추구해온 사회민주주의 우파는 그 좌파인 사회주의나 민족주의보다 훨씬 더 강하게 국가권력 장악에 매달려왔다. <국가와 혁명>에서 레닌이 보인 ‘(국가의) 파괴인가 장악인가’ 사이에서의 고뇌조차 이들에게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국가는 누가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중성적 수단으로 간주될 뿐이다.
1989년에 찾아온 사회주의의 붕괴는 민족국가적 영토성을 변혁의 기초로 삼는 이들 전통적 좌파관념들의 시효 상실을 의미했다. 그런데 1999년에 시애틀에서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반지구화운동들도 지구화가 가져오는 참혹한 결과들을 저지하기 위해 민족국가의 수호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구화의 대안으로 지역화를 제시할 때, 민족국가는 지역화를 도울 중요한 정치적 수단으로 사고되곤 한다.
다중에 의한 자치의 기획
그러나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은 좌파들의 이 민족국가적 정치학을 혁명운동 속에 스며든 자본의 주권형태이자 자본주의적 주권관념이라고 파악한다. 세계의 프롤레타리아는 이론들의 상대적 지체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이 주권형태에 꾸준히 대항해왔고 자신을 탈민족국가적 다중으로 재구성했다. 제국은 프롤레타리아의 이러한 재구성을 재영토화하기 위해 자본이 찾아낸 최근의 탈영토적 주권형태에 두 저자가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지구화에 대한 민족국가적 입장에서의 반대를 보수적인 것으로 비판하면서 자본주의적 지구화가 창출하는 생산과 주권의 변형들을 다중의 집합적 자치의 수단들로, 즉 코뮌적 변혁의 조건들로 역전시키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대안적 지구화’로 요약할 수 있을 이 생각은, 국가권력 장악을 거부하면서 멕시코 시민사회로부터의 분리없는 원주민 자치를 추구해온 사파티스타들의 간대륙주의(intercontinentalism)와 상통한다. 이로써 68혁명과 이탈리아 자율운동에서 탄생한 ‘노동 거부’ 주장은, 제국주의나 제국과 같은 자본의 역사적 주권형태들에 대한 거부 위에서 지구적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다중의 집합적 자치의 기획 속에 통합된다.
조정환/ 정치철학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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