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상승이 이윤창출을 방해했나… 원인을 자본의 경쟁에서 찾는 브레너의 도전
‘과잉생산, 과소소비’라는 말만큼 자본가들을 두렵고 떨리게 만드는 단어도 많지 않을 것이다. 공황이라는 자본주의 최대의 위기가 그 말에서 직감적으로 감지되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은 자본주의 경기순환의 끝물이 얼마나 처참할 수 있는가를 남김없이 드러냈다. 수만개의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수백만의 실업자들이 거리를 헤맸다. 무수한 주식투자자들이 줄지어 전망 좋은 고층 빌딩의 창 밖으로 몸을 던졌다.
대공황이 소비의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데는 해석의 이견이 별로 없다. 케인스주의는 소비의 창출로 과잉생산을 해소하려 했다. 재정확대와 임금상승, 노사타협에 의한 복지국가의 확립 등이 수요확대를 위한 처방이었다.
신자유주의가 유일한 해법?
1950∼70년까지 서구사회를 휘감았던 장기호황의 황금시대는 케인스주의적 처방의 승리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곧 모든 것이 바뀌었다. 70∼90년 선진7개국의 제조업 이윤율은 50∼70년에 비해 평균 40% 하락했다. 90년엔 이윤율이 최정점에 올랐던 65년보다 45% 낮았다. 장기침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는 침체를 한층 가속화했다. 2000년 초까지 한때 세계를 설레게 했던 미국의 신경제 붐도 어느덧 사그라지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의 기술혁신에 기반해 “자본주의 경제엔 후퇴없는 전진만이 남았다”던 주류경제학의 예측도 샴페인 거품처럼 꺼져들고 있다. 반짝 호황이 사라진 곳에 경제위기의 냉기류는 한층 거세졌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논란은 여기서 빚어진다. 장기침체의 원인이 무엇이냐를 두고 그동안의 해석들은 모두가 자본에 대한 노동의 압박을 주요하게 지적해왔다. 강력한 노동운동에 기반한 케인스주의적 복지정책 결과 생산성을 웃도는 과도한 임금상승이 발생했으며, 그 때문에 자본의 안정적인 이윤창출이 방해받게 됐다는 것이다. 대공황을 부른 과소소비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서 전후 호황을 가능케 했던 복지국가의 제도와 정책이 곧 장기침체를 초래한 원인으로 제시된다. 특히 신자유주의는 이런 인식에 기반해 임금삭감과 노동권의 약화, 복지제도의 해체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이윤율 증대를 경제위기 탈출의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로버트 브레너(UCLA 교수, 역사학)의 <혼돈의 기원>(이후 펴냄, 02-3143-0915, 1만9천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혼돈의 기원>은 70년대 자본주의 이행논쟁을 일으켰던 브레너가 1998년
독점자본주의론에 대한 비판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을 해소할 수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엄청난 고정자본을 투여한 개별 기업으로선 자본철수 대신, 낮아진 이윤율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존 분야에 머무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과잉생산과 이윤저하로 인한 임금의 하락과 소비감소, 다시 그에 따른 수익성 감소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브레너의 입론은 마르크스가 지적했던 바인 자본주의 경쟁의 무정부적 성격에 내재한 원초적 위험성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이 점에서 경쟁 아닌 독점의 폐해에 주목한 독점자본주의론과 전반적 위기론 등에 대한 강력한 비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조업 자본의 경쟁을 경제위기의 근원으로 강조한 나머지 금융자본의 세계화 전략에 대한 시각이 결여돼 있고, 임금-이윤압박설에 대한 반박에 주력하느라 노동자들의 경제투쟁이 자본구조의 변동에 끼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했다는 역비판도 받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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