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미 무서워. 드디어 사람들은 공포정치다, 공안 정국이다, 하면서 박근혜 정부를 이명박 정부에 비교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만큼이나 공포스럽다는 둥,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둥.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 그 둘은 비교될 수도 없고, 똑같지도 않다. 공포영화가 다 똑같은 공포영화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그때는 ‘비율로부터의 공포’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가지고 있던 ‘차가움’이 없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항상 뒤에서 무언가 재는 듯한 교묘함, 마치 장사꾼이 흥정하기 위해서 꾸미는 꿍꿍이의 냉혈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합리적인데다 뒤끝도 없으니 쿨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정해진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그것들을 바꿔치기한다는 의미에서 합리성이며, 또한 이해관계에 따라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된다는 의미에서 뒤끝 없음이다. 그것은 공포영화로 치자면, 좀비의 쿨함이다. 좀비는 먹잇감을 향해 마구잡이로 뛰어가다가, 길이 막히면 다른 먹잇감을 향해 또 마구잡이로 뛰어간다. 먹잇감이 김씨인지 박씨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뭐가 중요한가. 허기만 채우면 되는데. 얼마나 쿨한가. 반면 박근혜 정부의 공안 전략엔 이명박 정부가 미처 가지지 못했던 ‘뜨거움’이 엿보인다. 그것은- 아무리 작고 사소하더라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는 의미에서, 합리성을 초월하는 집요함이며, 또한 한번 적은 부모님 빚을 갚아줘도 영원한 적이라는 의미에서, 불타는 뒤끝이다. 이러한 뜨거움에 아메리카 좀비 따위가 어찌 범접할 수 있으랴. 이 뜨거움은 동양의 귀신, 즉 여귀만의 독보적 캐릭터다. 백골이 진토 되고 영겁이 지나도 넌 원수다. 얼마나 핫한가. 이명박 정권의 공포영화가 좀비영화였다면, 박근혜 정권의 공포영화는 귀신영화다.
과소비주의 풍자로부터 시작된 좀비영화엔 실제로 경제학이 존재한다. 그것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속도, 좀비가 실제로 먹잇감들을 추격하는 속도, 그리고 면역력과 잠복기 같은 변수들에 의해 측정되는 노동생산성이다. 그래서 좀비는 아무리 멍청해도, 전략을 짠다. 앞문이 막히면 뒷문으로 침투하고, 면역력이 너무 세면 잠복기를 길게 해서 사람들 사이로 숨어 들어간다든지 하는 전략. 그리고 그것은, 보균자와 비보균자를 얼마만큼 비율로 섞어야 가장 남는 장사일까를 고민하는 비율의 전략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의 공포는 언제나 환율, 이자율, 짜장과 밀가루의 비율, 배추와 양배추의 비율, 유속에 따른 보의 깊이와 같은, ‘비율로부터의 공포’였다. 하지만 그러한 경제학과 전략은 여귀가 볼 때, 천한 소인배들이나 하는 생각이다. 여귀는 경제학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직 죽은 장소를 맴돌며, 죽음의 순간만을 영원히 되뇌는 것이 여귀의 카리스마다. 그녀는 비율 따위를 따지지도 타협하지도 않는다. 빨갱이는 그냥 빨갱이다. 빨갱이에 더 빨간 놈과, 덜 빨간 놈이 있을 순 없다(통합진보당은 이걸 깜빡했다).
굿이라도… 떡은 주나요가장 큰 차이는 역시 마인드가 아닐까. 좀비는 복수하지 않는다. 좀비들은 그냥 배고플 뿐이다. 허기를 채우는 데 방해가 될 뿐인 기억력 따위는 이미 개나 줘버렸다. 그래서일까. 좀비들은 바지가 벗겨져도 덜렁거리면서 뛰고 또 뛴다. 자존심이 없는 것이다. 반면 여귀는 복수한다. 그리고 너무 많은 기억을 품고 있다. 자존심이 전부인 여귀는 함부로 옷을 벗지 않는다. 항상 정갈한 소복, 그리고 눈을 감추는 검은 긴 머리가 그녀의 패션이다.
아 참 또 하나. 좀비영화엔 백신이 있지만, 귀신영화엔 백신이 없다. 굿이라도 해야 할까. 굿하면 떡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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