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강동구 암사1동에 있는 사진관을 정리하고 사진과 영화의 메카라고 하는 충무로에 새로운 사진관 자리를 계약했습니다. 이렇게 간간이 주제넘은 글을 써올리긴 하지만 어쨌든 제 본업은 사진을 찍는 일이거든요. 많이들 와주셨으면 합니다만 요즘 자영업이 보통 일은 아니니 가끔 취업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래서 몇 년 만에 자기소개서를 써서 평소 취직을 원했던 기관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물론 관계자분들도 읽고 혹해서 연락을 주시면 저야 ‘와, 신난다! 땡큐 땡큐!’이지만 ‘노 땡큐!’라고 하셔도 별수 없고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귀사의 확고한 사훈에 존경을 표하며 자기소개서를 씁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덕에 날치기 법안 통과처럼 빠른 한국의 경제 발전을 피부와 눈으로 느낀 서울 토박이 20대 중반의 청년입니다. 2호선을 타고 잠실 철교를 지나며 올림픽 주경기장을 볼 때마다 가끔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분들을 생각하며 존경의 목례를 하기도 합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염치’와 ‘진실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 두 가지, 특히 염치를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20대 초반을 분주히 보내왔다고 자부합니다. 또한 파렴치한 기업, 파렴치한 기업 회장, 파렴치한 공직자, 파렴치한 공공기관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저는 긴 한숨과 동시에 한 명의 애국시민으로서 작금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일종의 사명감과 정의감에 불탔습니다. 건방진 표현이지만 아무도 믿기 힘든 이런 복잡한 시대에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귀사의 슬로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정의감과 사명감에 불타는 애국시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불붙기 쉬운 성격 탓에 잠깐 삐딱선을 탔던 시절도 물론 있었습니다. 우리가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될 ‘자유의 적’ 북한 정권이 운영하는 트위터에 살짝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으나 올바른 국가안보관을 가진 음지에 계신 분들께서 저를 뜨끈한 콩밥과 잘 익은 김장김치로 40일간 설득 및 교화를 해주신 덕에 저는 창조경제의 주역이 될 애국청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소통’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20대의 절반을 사진과 함께 보냈고 그 덕택에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물론 인터넷 중독을 염려하시던 부모님의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인터넷 공간에서 많은 종류의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 능력을 키운 것은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마케팅을 하는 기업과 개인이 많은 요즘 SNS를 활발히 그리고 즐겁게 이용하는 사원은 귀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제 SNS 구독자는 7500여 명이며 SNS 작성 수는 2013년 11월 현재 15만여 건입니다.
SNS 홍보엔 정말로 자신 있습니다. 귀사의 훌륭한 마케팅 아이템이 되겠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귀사의 사옥이 위치한 내곡동에서 멀지 않은 서울 강동구입니다. 지각 안 할 자신도 있습니다. 특히 트위터 리트위트만큼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 심리전단부 수준 이상으로 잘합니다.
다시 한번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추구하는”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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