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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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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안락하라

등록 2013-01-04 23:39 수정 2020-05-03 04:27

“12월19일 대통령 선거 결과를 기다리면서요, 저는, 정말 힘없고 벼랑에 몰린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대기표를 받아 쥐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 2012년 12월9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TV 찬조연설)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조직차장. 1978년생. 2001년 6월6일 한진중공업 입사. 2011년 2월14일 정리해고. 2012년 11월9일 재고용, 회사 쪽의 무기한 강제 휴업. 2012년 12월21일 목매 자살.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유서)
이운남: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전 조직부장. 1971년생. 1997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입사.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 창립 발기인 겸 초대 조직부장, 해고. 2004년 ‘비정규직 차별 철폐’ 촉구 크레인 점거 농성. 2009년 택시회사 취업.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가. 최강서씨 자살 소식 듣고 “그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자책. 2012년 12월22일 아파트에서 투신자살.
최경남: 1972년생. 1999년 광운대 총학생회장. 서울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활동가. 2012년 12월22일 번개탄 피워 자살.
이호일: 전국대학노조 한국외국어대 지부장(14·15대). 1965년생. 1992년 한국외대 행정지원처 입사(인사 담당). 2006년 노조 정책국장으로 파업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 2009년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소송 승소. 대학 쪽 원직 복직 거부, 대천수련원 발령. 2012년 12월25일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노조 사무실에서 목매 자살.
이기연: 전국대학노조 한국외대 수석부지부장. 1963년생. 이호일 지부장의 빈소를 지키다 2012년 12월26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수술 뒤 사망.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의 절규는 ‘예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죽음 앞에서 삶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절망 앞에서 멘붕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습니다. 철탑 위 사람들 앞에서 털장갑 낀 손이 죄스럽습니다. 춥고 고통스러운 나날, 시인에게 의지합니다. “신을 만들 시간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다/ 가녀린 떨림들이 서로의 요람이 되었다/ 구해야 할 것은 모두 안에 있었다/ (중략)/ 세상 모든 종교의 구도행은 아마도/ 맨 끝 회랑에 이르러 우리가 서로의 신이 되는 길/ (중략)// 사랑을 잃지 않겠습니다 그 길밖에/ 인생이란 것의 품위를 지켜갈 다른 방도가 없음을 압니다/ (중략)// 지금 마주 본 우리가 서로의 신입니다/ 나의 혁명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김선우,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2011년을 기억함’ 부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지요. 이제 2013년, 새해입니다. 초기 불교 경전 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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