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김대중
일본의 통역사이자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 적지 않다. 그녀의 자유롭고 발랄한 글은 세상에 대한 낙천적인 태도에서 나오는데, 안타깝게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어디선가 술이 종교보다 좋은 여덟 가지 이유를 재치 있게 제시했는데, 그중 몇 개를 소개한다. ① 아직까지 술을 안 마신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사람은 없다. ② 마시는 술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이 일어난 적은 없다. ③ 판단력이 없는 미성년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④ 마시는 술의 종류를 바꾼 것으로 배신자 취급을 당할 일은 없다. ⑤ 다음 술을 주문하는 데 2천 년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인생 음미하다 막바지에 구도자 되는
그녀가 술에 빗대어 의뭉스럽게 지적한 종교의 편협성과 폭력성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인격신을 믿는 종교들의 끔찍한 역사를 생각해보면 그녀의 주장을 그저 웃어넘겨버릴 수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의 경건한 삶의 태도를 존경한다. 동시에 그 신앙심의 토대를 이루는 반지성적 철학은 난감하다고 느낀다. ‘이기적인 유전자’로 잘 알려진 영국의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그 난감함을 참지 못하고 무신론을 옹호하는 책들을 통해 종교인들과 끈질기게 논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근본적인 논쟁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현세적인 방식으로 사회가 굴러가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종교가 매우 일반화돼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뼈 있는 농담이 인격신을 신봉하는 것과 거리가 멀고, 매우 평화적이기도 한 불교에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에서 태어난 우리는 다행히 대단한 노력 없이도 부처의 가르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유연하게 수용된 부처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현대과학의 성과와 모순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호사가들은 직관에만 의지했던 기원전의 부처가 현대과학이 이제야 밝혀낸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부처의 말씀대로 살기에는 인생에서 맛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나는 부처에게 깊이 공감하면서도 그런 아쉬움을 이기지 못해 부처의 뜻에 별로 충실하지 않은 일상을 영위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신을 믿기에는 의심이 많고, 삶을 무척 사랑하면서도 지상의 덧없음을 잊지 않는 부류다. 솔직히 나도 그러한 지혜로운 쾌락주의자로 살고 싶다. 인생을 마음껏 음미하다가 막바지에 구도자가 되어 표표히 지상을 떠나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의 전략이 있을까.
스님 코스프레하고 즐거움 만끽해볼까
음주·도박·여색과 거리가 멀다는 통념을 깨뜨리는 일부 스님들의 파격적인 행보가 연일 언론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스님들이야말로 내가 공감하는 지혜로운 쾌락주의자가 아닌가 싶어 은근히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도박이 놀이문화의 일종이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어느 스님의 시원한 자백은 고매한 스님과 무지한 중생 사이의 장벽을 아예 무너뜨렸다. 저간의 돌아가는 사정을 바라보며 ‘고달픈 속세를 버리고 스님 코스프레를 한 채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해볼까’ 고민하는 중생이 과연 나 하나뿐일까 싶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수혜자는 오직 박근혜뿐…유영하, ‘대통령 예우 회복법’ 발의

이 대통령 불만 토로…“무죄 나면 검찰 기소 탓해야지, 왜 항소 안 했다 비난하나”
![[단독] 시진핑, 이 대통령에 전기자전거 선물…‘황남빵’ 답례 사과·곶감 준비도 [단독] 시진핑, 이 대통령에 전기자전거 선물…‘황남빵’ 답례 사과·곶감 준비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7/53_17677974286315_20260107503909.jpg)
[단독] 시진핑, 이 대통령에 전기자전거 선물…‘황남빵’ 답례 사과·곶감 준비도

“윤석열 사형 부추김?”…장동혁 밀던 전한길, 계엄 사과에 반발

김상욱 “이혜훈, 장관 자격 없다”…전한길 반탄집회 참석까지 소환

기초연금 수급자 75%, 소득인정액 150만원 밑돌아

“당명 바꾸고 청년 영입하겠다”…장동혁의 ‘이기는 쇄신안’

D-2 윤석열에 ‘사형’ 구형할까…선고는 전두환 판례 참고할 듯

덴마크, 트럼프 협박에 맞불…“그린란드 공격하면 나토 종말”

‘일편단심’ 김민전…“윤어게인은 부당함 호소인데 절연이라니”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