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陣營) 논리’라는 말이 있다.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어서 뜻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편이 나뉜 상황에서 과도하게 자기 편을 옹호하거나 상대편을 공격하는 것”을 말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때 사용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그런 식의 옹호는 ‘진영 논리’이므로 부적절하다”는 표현은 가능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진영 논리’에 따라 우리 편을 옹호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적극적인 논거로 사용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또한 어떤 행위를 ‘진영 논리’라고 비판하는 주장이라 하여 스스로는 ‘진영 논리’의 혐의에서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간혹 보수적인 신문에서 진보 진영의 어떤 태도를 ‘진영 논리’라고 공격하는 것보다 더 역겨운 ‘진영 논리’는 없지 않은가.
너무 뜨겁고 즉흥적인 논쟁 방식
그렇다면 ‘진영 논리’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공정한 논리’도 답이 될 수 있겠지만, ‘진영 논리’와 쌍을 이루는 용어는 “우리 편의 보호가 절실할 때, 논리에만 치우쳐 우리 편을 곤경에 빠뜨리는 논리”, 즉 ‘무책임한 논리’라고 할 것이다. 이 용어는 ‘진영 논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무책임한 논리’에 따라,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해야 한다”라는 표현은 의아한 용법이 되고, 어떤 행위를 ‘무책임한 논리’라고 규정하는 주장이라 하여 스스로는 ‘무책임한 논리’의 가능성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결국 ‘진영 논리’나 ‘무책임한 논리’라는 용어는 객관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어떤 주장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릴 때 사용하는 일종의 ‘정치적 수사’임을 알 수 있다. 즉 어떤 주장은 ‘맞는 주장’이거나 ‘틀린 주장’일 수 있고, 그것은 많은 경우에 확정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주장이 ‘진영 논리’인지, ‘무책임한 논리’인지, 아니면 ‘공정한 논리’인지는 그 주장이 행해지는 상황과 맥락에 대한 가치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러한 가치판단은 각자의 위치와 상황 인식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논리의 진영’은 ‘진영 논리’를 공격하고 ‘책임의 진영’은 ‘무책임한 논리’를 공격하게 마련인데, 그러한 논쟁이 격화된 요즘의 상황은 안타깝다. 왜냐하면 그런 논쟁이 ‘민주주의’와 ‘일하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염원하는 사람들 간에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논쟁은 살균돼서는 안 되고, 반드시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논쟁이 촉발하는 성찰이 없는 진영은 언젠가 파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나꼼수의 ‘비키니 사진’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너무 뜨겁고 즉흥적인 논쟁 방식은 우리의 소중한 전위들과 그들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가운 비판보다 따뜻한 비판을
나는 영화 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나는 진중권씨의 의견에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명석함과 촌철살인을 보며 (좋은 의미에서) 뇌를 열어보고 싶을 정도로 경탄한다. 또한 나꼼수의 용기와 유머와 분노를 사랑한다. 그래서 이들과 이들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열심히 논쟁하되, 서로의 선의를 존중하고, 오독을 피하기 위해 세심하게 상대의 주장과 논거를 살펴보며, ‘차가운 비판’보다는 ‘따뜻한 비판’을 나누었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다.
조광희 변호사
*이번호부터 조광희 변호사가 ‘노 땡큐!’ 새 필자로 합류합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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