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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올해의 인물을 말하다

전문가 의견 또는 설문 대신 동시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 따라 흐르는 140자 메시지 속 주요 인물 인용지수를 주목해보자
등록 2011-12-28 16:54 수정 2020-05-03 04:26

언제부터인가 연말에 받는 기자들의 전화로 한 해를 정리한다. “올해의 책 선정을 위해 최고의 책을 추천해주세요.” “올해의 인물을 3명만 꼽아주세요.”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들썩거리게 했던 사건·사고를 반추하고,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떠올리며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한다. 격랑의 틈새에서 평온했던 내 삶에 고마움을 느끼며 12월의 달력을 접는 것이 연례 일상이 됐다.

두 번이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우리 
가장 권위 있는 ‘올해의 인물’은 미국의 시사잡지 이 선정한 인물(Person of the Year)일 것이다. (미국인들이 보기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인물을 꼽는 기획이다. 이왕이면 긍정적 영향을 끼친 사람들 중에 고르게 마련이다. 도 1938년에 아돌프 히틀러를, 1939년과 1942년엔 이오시프 스탈린을, 1979년에는 이란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지만, 아무래도 김정일이나 유영철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고 상상해보면 우울할 테니 말이다.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올해의 인물들을 보며 가끔은 부러움을 느낀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들, 결국 그들이 세상에 유익했는지는 훗날 역사가 판단하겠지만,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그들은 (훌륭한 분인지는 몰라도) 대단한 사람들임이 틀림없다. 명불허전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름은 헛되이 전해지는 법이 없다.
참, 나도 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적이 있지! 2006년 의 올해의 인물은 바로 ‘YOU’였으니까. 올 한 해도 ‘반값 등록금’ 시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에 참여했으니, 2011년 올해의 인물도 되겠군. 나는야 시위자(The Protester).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기 시작한 것은 1927년이다. 그해 초 비행기로 대서양을 횡단했던 찰스 린드버그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루지 못한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그를 올해의 인물로 다루면서 처음 이런 기획기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한 번씩 선정됐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무려 세 번이나 선정됐다고 한다(1932년, 1934년, 1941년).
과학자들은 그다지 올해의 인물과 친하지 않다. 가끔 반갑게 선정자 명단에서 얼굴을 보기도 하는데, 은 1960년 세계적 업적을 쏟아내며 인류의 지적 유산에 지대한 공헌을 한 ‘미국 과학자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1968년에는 아폴로 8호에 탑승한 우주인들을 선정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우주선은 닐 암스트롱을 태워 달 표면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지만, 아폴로 8호는 지구인을 싣고 처음으로 달 궤도를 돌며 달의 뒷면을 관찰한 최초의 우주선이었다. 그 공로로 우주비행사 프랭크 보먼과 제임스 로벨, 윌리엄 앤더스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이다. 1996년에는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를 이용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제를 개발한 대만계 미국인 데이비드 호 교수(록펠러대학)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주목해야 할 과학자는 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1999년 말 선정한 ‘세기의 인물’(Person of the Century)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인도의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를 제치고 의 ‘세기의 인물’로 선정된 사람은 바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다. 1998년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모인 패널들이 ‘금세기 최고의 인물을 한 명만 꼽는다면 누구인가’에 대해 열띤 논쟁을 하자, 1999년 12월 마지막 호에 이 실제로 선정하게 됐다(당시 논쟁한 패널에는 <cbs> 저녁뉴스 앵커인 댄 래더와 전기를 쓴 편집자 월터 아이작슨이 있었고, 아이작슨의 아이디어로 은 ‘세기의 인물’을 선정하게 됐다). 20세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과학과 기술의 시대’라 평가할 수 있음에 따라, 과학자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인 아인슈타인을 ‘20세기 인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 김중화

일러스트 김중화

 
‘구글링’이 뽑은 2011년의 인물은 안철수 
70억 인구가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지만 그들이 세상에 끼친 기여와 영향은 다르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몇몇 영웅들에 의해 굴러간다고 믿는다면, 올해의 인물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동시대적 반추일 것이다. 사람들은 가장 의미 있는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는 듯 보이지만, 올해의 인물 속에서 시대정신을 읽고 역사의식을 투영하며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
그렇다면 과학자로서 자연스레 묻게 되는 질문 하나. 과연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무엇일까? 지극히 주관적인 선정 과정을 공정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 원래 취지인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가장 화제가 됐던 인물’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순전히 과학적인 의문인 것이다.
과연 지금처럼 몇몇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물어보거나, 기자나 편집자들이 모여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일까? 웹사이트에서 설문조사(Poll)를 하거나, 자신들의 잡지·신문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을 선택하는 것으로 객관성을 얻을 수 있을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언급된 주요 인물들의 인용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 주장과 의견, 감정과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트위터 글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올해의 인물의 강력한 후보로 추천하면 어떨까? 다행히 과학자들은 트위터에서 언급된 사람을 찾거나, 사용한 단어들로 그들에 대한 평가를 추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니, 그걸 이용하면 적절하리라.
실제로 구글은 검색 결과를 통해 선거 결과를 예측하고, 질병의 전염 경로를 추정하기도 했다. 한 예로, 복잡계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카이스트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 수업에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 구글에서 박원순과 나경원을 검색한 결과와 실제 선거 득표율을 비교해 보여주었는데, 두 수치가 상당히 일치해 수강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올해의 인물을 선정할 때도, 주요 후보인 안철수와 박근혜, 김어준 등의 이름을 구글에서 한번 쳐보시라는 것이다. 12월22일 현재, 구글에서 ‘안철수 2011’을 치면 4600만 개가 검색되는 반면, 박근혜는 4300만 개, 김어준은 620만 개가 검색된다. 2011년 대한민국 ‘올해의 인물’로는 안철수가 좀더 적절해 보인다는 게 ‘구글 검색 결과’일 수 있다 (구글 검색에서 실제로는 ‘박근혜’의 검색 결과가 더 많으나, 2011년으로 한정해 검색하면 ‘안철수’보다 적다). 
SNS가 강력 추천하는 올해의 인물은? 
좀더 일반인들의 관심사나 의견에 초점을 두고 싶다면, 뉴스나 광고, 홍보 등까지 검색되는 구글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회자되는 정도를 통해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면 좀더 시대정신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언론사들이 이런 걸 시도해볼 뜻이 있다면, 과학자들은 이제부터 ‘말도 안 되는 글들을 웹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설하는 알바부대, 댓글부대’를 색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뜻이 기꺼이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및뇌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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