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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엠비스벨

등록 2010-01-19 11:02 수정 2020-05-03 04:25
한국방송 제공

한국방송 제공

2010년 최고의 막장 드라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의 대강의 스토리가 전격 공개됐다. ‘약속 위반’이라는 치명적 결함으로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국가개조계획을 치열한 공보로 ‘소프트랜딩’(연착륙)시키는 과정을 그린 감동의 미니시리즈 은 역시 한국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의 시즌2 성격이다. 은 제작 단계부터 초호화 캐스팅으로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최근 가 단독 입수한 대본을 보면, 전국의 모든 시청자는 곧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 10개 부처 장관을 드라마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심지어 주인공으로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환경부·노동부·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카메오로 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전편 을 통해 별 볼 일 없는 ‘루저’도 열심히 공부하면 ‘천하대’(드라마상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제작진은 을 통해 이번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공보의 신’이여, 열심히 공보하라. ‘천하대’는 아니지만 ‘청와대’가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막장 드라마인 이유는 정부의 논리를 일방적으로, 그것도 방송사를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받아가며 펼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여기서 내친김에 영화 한 편을 함께 소개한다. 추억의 할리우드 대작 영화 을 리메이크한 이다. 이란 제목만 들으면 류 전투기 영화를 떠올릴 법하지만, ‘엠비스벨’은 ‘MB’s bell’, 즉 ‘MB의 종’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엠비-스벨’이 아니라 ‘엠비스-벨’로 읽어야 옳다. 의 주인공은 한국방송이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권력의 시녀’로 지칭한 한국방송은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1월11일 ‘뉴스라인’의 내용 대부분을 ‘공보의 신’ 권태신 총리실장 인터뷰 등 정부 발표 홍보로 채웠다. 청와대가 시킨 것이 아니라면, 한국방송은 이미 스스로 ‘엠비스벨’이 되기로 작정한 꼴?!

역사는 반복되고 종 치는 소리도 계속된다. 9시 ‘땡’ 종 치는 소리와 함께 한국방송에서 ‘땡전뉴스’를 봐야 했던 1980년대에도 한국방송에는 ‘땡전’ 한 푼 낼 수 없다는 시청료 거부 운동이 있었다. 물론 시청료가 전기요금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 시청료만 따로 납부하지 않을 방법이 딱히 없었으므로 시청료 거부 운동은 번번이 실패했다. 한국방송이 ‘엠비스벨’로 전락한 최근, 박원순 상임이사를 필두로 다시 한국방송 시청료 거부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방송은 시청료를 ‘땡전’ 2500원 수준에서 5천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번에도 관건은 어떻게 한국방송 시청료만 내지 않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전력에 전화를 걸어 집에 TV가 없다고 신고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한전은 일단 전기요금에서 TV수신료 2500원을 제외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편법’이지만 아무래도 ‘거짓말’이 께름칙하다는 사람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대응책을 추천한다. 한국방송에 시청료를 납부할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렇게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방송은 정부 정책 홍보영상의 시청 대가를 지불하라!”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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