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한겨레21 편집장 jjk@hani.co.kr
이 사람들입니다. 매주 어김없이 제게 놀라움과 기쁨에서 조마조마함과 짜증까지, 온갖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만드는 얼굴들입니다(한겨레신문사 사옥 옥상에서 사진을 찍는 자리에 몇몇은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을 만드는 일은 한편으로 동료의 새로움을 확인하는, 일종의 ‘생활의 발견’입니다. 신윤동욱 기자가 은근하게 뿜어내는 섬세한 감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길윤형 기자의 끈기와 저돌성, 구둘래 기자의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 윤운식 기자의 치열한 현장 승부 근성 등을 편집장이 되기 전까진 몰랐습니다. 김씨 팀장 두 사람의 느긋함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데드라인’을 넘기면서까지 노트북과 씨름하며 유현산 기획편집팀장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두 사람의 여유로움은 때론 부럽기까지 합니다(두 사람이 동시에 마지막 마감 경쟁을 벌일 때가 가끔 있는데, 이런 상황을 전 ‘김의 전쟁’이라 부릅니다). 창간 13돌을 핑계 삼아 독자분들께 자랑하고픈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생일이란 아마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자, 타인에게 뭔가 희망을 약속하는 자리일 겁니다. ‘틴에이지’(Teen-age)라는 영어권 개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열세 살은 우리 사회에서도 그 이전과 구별되는 계기로 곧잘 인식됩니다. 그 구별의 열쇳말은 아마도 ‘성숙’일 테지요. 이스라엘에선 13살이 되면 ‘바르미즈바’라는 성년식을 치른다고 합니다.
열세 번째 생일을 계기로 은 한 단계 성숙해지는 변화를 모색하려 합니다. 그 방향을 압축한다면 ‘심플함과 세련됨, 그리고 깊이’일 듯합니다.
무엇보다 깊이 있는 잡지가 되겠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각종 인터넷 매체가 쏟아내는 정보와는 한 차원 다른, 풍부하고 품격 어린 정보를 담겠습니다. 이번 창간 기념호의 표지이야기로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루기 위해 남종영·류우종 기자가 적도의 외로운 섬나라 투발루를 찾아간 것도 차별성 있는 깊이를 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한가위 합본호(629호, 10월10일치)를 통해 북극에서 ‘따뜻한 지구’의 아픔을 추적했던 두 사람은 이제 가라앉는 섬 투발루에서 지구촌의 환경 재앙을 경고합니다. 물론, 지구 온난화가 몰고 올 한반도의 우울한 미래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새롭게 마련된 고정난 <u>‘시대상상’</u>도 눈여겨봐주십시오. 당대의 주요한 지적 트렌드와 담론을 소개하는 자리인 ‘시대상상’은 수준 높은 교양이 소통하고 격렬한 논쟁이 뒤엉키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군더더기를 최대한 배제한 깔끔한 디자인과 시원한 사진도 색다른 품격을 안겨드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최고의 시사주간지’를 만드는 게 식구들의 하나된 꿈입니다. 하지만 ‘최고’라는 평가는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래서 이런 다짐으로 대신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시사주간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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