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상속(죽은 사람 재산을 물려받는 것)과 증여(생전에 물려받는 것)에 따른 세부담은 같게 설계돼 있다. 과세표준(과표)에 따른 세율은 상속세나 증여세 모두 10%(1억원 이하), 20%(1억~5억원), 30%(5억~10억원), 40%(10억~30억원), 50%((30억원 초과)로 동일하다.
두 세목의 부담이 1996년까지는 달랐다. 세율 구조는 10~40%로 같았지만, 증여 쪽의 과표를 더 낮게 잡아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지웠다. 이는 “상속보다 증여를 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한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조세연구원의 한상국 세법연구팀장)고 한다. 세제 당국이 1997년부터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 체계를 같게 조정한 것은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목적에서였다. 높은 세부담을 피해 증여보다 상속을 선택하다 보니 대부분 경제활동의 정점을 지난 50줄의 자식 세대로 이전되는 수가 많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두 세목의 과세 체계 조정에 이어 1999년 최고세율을 40%에서 50%로 높였다. 또 2000년 들어선 과표 구간을 조정한 지금의 체계를 마련했다. 상속·증여세의 최고세율을 두고 그동안 재계에선 ‘너무 높아 기업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탈세를 조장한다’며 공격했지만, 노력 없이 얻은 재산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건 당연하다는 쪽으로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다.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이 9월7일 7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신세계 지분 7.82% 전량을 정용진 부사장과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게 증여했다. 신세계 쪽이 지난 5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주주 일가의 지분) 증여를 앞당길 계획”이라며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세금을 내고 승계할 것”이라고 밝힌 뒤 이뤄진 조처다. 현행 과세 체계에 따라 이번 증여에 따른 세금은 3500억원가량에 이른다. 증여세율을 문제 삼았던 사람들이 좀 머쓱할 것 같다. 세금 문제에서 떳떳지 못해 얼굴을 붉힐 이들도 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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