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편집장 k21@hani.co.kr
법을 어기며 을 보았습니다.
본래 12살 이상 관람가 영화입니다. 저는 9살, 6살배기 꼬마들과 함께 극장을 찾았습니다. 포악한 괴물이 한강에 나타나자마자 불법행위를 깊이 반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기 때문입니다. 여섯 살 딸아이는 영화 중간에 응가를 하겠다고 칭얼거리기도 했습니다. 무서워서 밖으로 나가려고 꾀를 낸 것 같습니다. “귀찮게시리 잘못 데려왔다”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떼쓰는 아이를 무시하고 그냥 관람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다시 한 번 뉘우쳤습니다. 순수한 영혼에 몹쓸 영향을 끼쳤다는 자성이었습니다. 꼬마들의 머릿속으로 ‘반미 사상의 괴물’이 침투하고 있었습니다. “아빠, 그 외국 사람이 미국 사람이야?” “그래.” “난 왜 괴물이 생겨났는지 안다~.” “뭔데?” “그 미국 아저씨가 독극물을 우리집 싱크대 같은데다 버리게 해가지고 그게 한강으로 흘러갔잖아. 맞지?” “응.” “물고기가 그걸 먹고 괴물이 된 거잖아. 그러니까 나쁜 사람이야.”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미8군 용산기지 영안실의 더글러스 부소장을 일컫는 말입니다. 천진난만한 여섯 살짜리를 이렇게 쉽게 의식화해버리다니! 봉준호 감독은 저보다 더 나쁜 짓을 저지른 게 확실합니다.
가 기대됐습니다. 다음날부터 유심히 지면을 살폈습니다. 영화 을 괴물 취급하는 기사가 실리리라 예상한 겁니다. 하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왜 안 쓰는 걸까요. 이건 한-미 동맹의 수호천사 의 직무유기에 해당합니다. 대신 그들은 날마다 전교조를 ‘괴물’로 조지고 있더군요. 8월2일치 사설 제목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사교(邪敎) 집단으로 변해버린 전교조.’ 내용도 재밌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어딘가에서는 전교조 교사가 아이들 머릿속에 무슨 독을 집어넣고 있을 것이다. …사교 집단도 이런 사교 집단이 없다. …이 사교 집단이 우리 아이들을 인질로 가두고 전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이 사설에선 부천 상동고 이용석 교사가 주요한 ‘인질범’으로 고발됩니다. “경기 부천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말라, 군대 가지 말라고 가르친 교사도 전교조다.”
그 이용석 교사가 이번호 에 기고를 했습니다. 그는 일부 학부모와 의 노력으로 경기도 교육청 징계위에 회부됐습니다.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죄명입니다. ‘전교조의 대표 괴물’로 부상한 그가 에 풀어넣는 독극물, 맛 좀 보십시오(14~16쪽).
은 올해 초부터 ‘국가주의’라는 괴물에 돌을 던지고 있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나 맹세’로 구체화되는 상징들에 집요한 시비를 거는 중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괴물이 하라는 대로 너무 순종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시각으로 보면, 의 반국가주의 캠페인이야말로 괴물적 행동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거울을 봅니다. 정말 괴물로 변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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