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뽕프레레,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2006년 독일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전임 감독 뽕프레레의 염장질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본프레레 감독이 토고에 정보를 준다는 걸 알고 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토고 감독에게 한국 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말을 흘리며 공식적으로 토고의 공식 대한국 스파이로 나선 뽕프레레. 비싼 돈 주고 초대받지도 않은 노르웨이·가나 평가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목하 열심히 활동 중인데, 이런 것을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토고축구협회에 제출된 뽕프레레의 스파이 보고서의 전문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한국을 2-1로 이기려면, 두 골을 넣고 한 골만 먹어야 한다.” 못 먹는 감 자꾸 찌르려고 하시면 진짜 찌질이 되신다는데.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밥이나 제대로 먹으면서 다니는 건지.
건설왕자와 유신공주의 전쟁은 시작되는 것인가.
5·31 선거에서 전국을 파랗게 물들인 한나라당이 승자의 혼미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불만을 터뜨리고 나온 쪽은 우리의 건설왕자셨다. 그날의 비극적인 ‘칼침 사건’ 이후 왕자님의 지지도를 공주님께 추월당하셨고, 머잖아 야인으로 돌아오게 되시는 왕자님의 개인기로는 이를 뒤집는 게 역부족으로 느껴지셨는 모양이다. 왕자님께서는 고육지책으로 “대선후보 선출을 늦추자”고 말문을 여셨지만, 공주님은 “택도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다. 왕자님의 참모진의 대책 마련이 시작됐다. “청계천이 너무 일찍 완공됐다”는 자성론에서 “우리 쪽에서도 칼침 한 번 맞아야 한다”는 강경론이 오가는 가운데, 왕자님의 의중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km를 헛삽질하는 경인운하를 막판 조커로 내세우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후문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얼마 전 내린 소나기 때문에 몇 마리 살지도 않는 청계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는데, 경인운하보다 청계천 먼저 확실하게 리콜해주심이 어떠실지.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분위기 파악은 해야 한다.
5·31 선거 패배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격찬하는 내용의 글이 6월8일치 청와대 브리핑에 소개돼 도하 언론의 격찬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인 전 청와대 혁신관리수석은 용비어천가 ‘필’의 4·4조의 단아한 문장으로 ‘누가 혁신을 묻거든 북악을 보게 하라’란 글을 지어 대통령께 바쳤다. “30년 이상 공직 기간에 느꼈던 긴장의 총량은 대통령 비서관 생활 1년 동안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까지는 눈 딱 감고 봐줄 수 있었지만, “마지막엔 칠판의 아래 부분에 쓰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쓰실 정도였다”에서는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라는 후렴구와 함께 터져나온 눈물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누가 내게 한국의 혁신에 대해 묻는다면, 눈을 들어 북악을 보게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북악의 산자락 아래 청와대가 있고, 거기에 혁신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는 게 아무리 빡빡해도 분위기 파악은 제대로 하며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주는 정말 훌륭한 글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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