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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전] 황사[hwa sa] 黃沙

등록 2006-04-27 00:00 수정 2020-05-03 04:24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대기는 앞을 가리는 먼지로 꽉 차고 꾸무럭하던 하늘에서는 흙비가 내린다. ‘지구 종말의 날’의 묘사에 들어올 만한 광경이다. 황사가 일어나면 눈앞의 광경이 이렇다. 이러한 지구 종말의 날의 풍경은 중국에 사막이 생겨난 180만 년 전부터 연출되었을 것이다. 기록으로는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22년이 처음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70차례나 언급되고 있는데 우혈(雨血)이라 불렀다. 영화 <혈의 누> 마지막 장면은 하늘에서 핏비가 죄악으로 물든 섬을 벌한다. 비를 맞은 자들은 들고 있던 칼을 자신의 가슴팍에 겨눈다.

황사는 모래가 아니라 먼지다. 그러니 황진이다. 주요 발원지는 중국·몽골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있는 사막과 황토 지대다. 건조한 바람은 모래를 쓸어올리고 무거운 모래는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만 가벼운 먼지는 동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한국, 일본으로 전진한다. 바람 탄 먼지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 하와이까지 닿기도 한다.

1990년대에는 7일 정도에 머물던 황사는 2000년대 들어 급증했다. 2002년 3월20일 발생한 최악의 황사는 초등학교의 휴교 사태까지 불러왔다. 2000년에는 우울한 소식이 황사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다. 구제역이 서해안의 농업지대에서 동해안 쪽으로 번져가자 이를 황사에 묻혀온 바이러스 영향이라고 방역당국에서 발표한 것이다. 중국의 오염물질이 황사를 타고 실려온다는 뉴스도 빈번하다. 하지만 황사는 산성인 토양에 얹혀서 토양을 기름지게 하기도 하고, 강한 바람이 대기의 오염물질을 걷어가기도 한다. 한국 대기의 오염물질 또한 만만찮다. 공기만큼 인류에 평등한 것도 없다. 내 공기, 네 공기, 중국 공기, 한국 공기가 없다.

지구 흙의 10%도 대기와 함께 순환한다. 황사의 발원지인 황토고원 역시 그 옆의 사막지대에서 옮겨온 흙에 의해 생겨났다. 그 사막은 점점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중국 사막만이 아니다. 지구 전체 표면의 3분의 1이 사막화의 위협에 놓여 있다. 황사가 불지 않는 날에도 인류가 쥔 칼날은 자신의 배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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